[EN:터뷰]우고 론디노네 "삶과 죽음의 순환 느껴보세요"
론디노네의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은 지난 6일 개막했다. 지난 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이 미술관은 압도적이다. 굉장히 강건하고 견조한 건축물 안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저에겐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는 지난 30여 년간 삶과 죽음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사유하는 작업에 천착했다. 그런 면에서 뮤지엄 산은 작가에게 안성맞춤이다.
"도시의 소음 없이 매일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제 작품을 전시하기에 가장 이상적이에요."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영상 '번 투 샤인'(2022)이 있다. 제목은 작고한 연인 존 지오르노의 시 '빛나기 위해 타오르라'에서 영감을 얻었다. 제목 그대로 '빛나기 위해서는 타올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프랑스계 모로코인 안무가 부수프와 협업한 영상은 2020년 여름 모로코 사막에서 나흘간 촬영했다. 타악기 연주자 12명과 무용가 18명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춤추는 모습이 10여 분간 반복 재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영상을 구상하고 제작했어요. 이 기간 모두 다시 태어났잖아요. 촬영은 매일 일몰 순간 시작해 일출 때까지 찍었어요. 이를 통해 삶의 순환을 보여주고 싶었죠."
삶의 순환을 느낄 수 있는 전시는 '매티턱' 회화 시리즈로 이어진다. 작가가 뉴욕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작업실에서 날마다 바라본 일몰과 월출 풍경을 3색의 수채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시간과 공간 개념을 삶의 순환과 연결해 작업했어요. 작품이 완성된 날짜를 뜻하는 제목은 시간을, 이미지는 그 자체로 공간을 만들어내죠. 최대한 단순한 방식으로 작업하면서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메티턱' 회화 시리즈가 걸려 있는 전시장 바닥에는 푸른색 유리로 주조한 11점의 말 조각이 놓여 있다. '에게해' '켈트해' '황해' '보퍼트해' 등 서로 다른 바다 이름을 지녔다. 각각의 말은 몸통 좌우를 가로지르는 수평선을 중심으로 명도 차이가 난다. 작가는 "이 작품은 물, 공기, 흙, 불이라는 삶의 4가지 원소를 포함하고 있다"며 "말은 모든 요소를 담은 그릇으로서 흙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백남준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4m 높이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조각이 반긴다. 이곳은 수도승 조각과 원형 유리 천정에서 들어오는 빛이 결합해 명상의 장소 같은 느낌이 난다.
"수도승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존재인데 이 공간에서는 천창을 통해 자연과 관계를 맺어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야외 스톤가든에서는 청동으로 만든 색색깔의 '수녀와 수도승' 조각 6점을 만날 수 있다. 자연석 바닥,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뮤지엄 산의 또다른 명소가 될 전망이다.
원주 지역 어린이들과 협업한 드로잉 작품은 또다른 볼거리다. 낮과 밤, 즉 삶의 순환을 상징하는 태양과 달을 그린 드로잉 2천여 점을 두 곳에 나눠 전시한다. 아이처럼 쪼그려 앉은 자세로 바닥을 짚어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끔 전시장 벽면을 디자인했다.
"아이들이 곧 미래"라는 작가는 "아이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즐겼다. 아이들이 편하게 와서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술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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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강원도)=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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