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⑥ 선진국 의존하던 의료기기 기술독립 이끈 성원메디칼

김형우 2024. 4.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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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미·독·일서 들여오던 10개 제품 국산화…이제는 15개국 '수출'
이대희 대표 "인공지능 활용한 디지털 전환에 주목…정부의 재정지원 필요"

[※ 편집자 주 =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 곳곳에서 수출 일꾼으로 우뚝 선 충북의 강소기업들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포기를 모르는 도전정신이 유일한 무기였습니다. 연합뉴스는 경영·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감으로 충북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강소기업을 소개하는 기사 10편을 격주로 송고합니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위기가 있어야 기업은 성장합니다."

12일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성원메디칼 본사에서 만난 이대희 대표는 최근 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형 상급 병원들이 수술을 축소하면서 입원이나 수술환자가 급감했고, 성원메디칼이 생산하는 의료기기의 납품 물량도 덩달아 줄면서 회사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대희 대표는 이 위기를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대희 성원메디칼 대표 [김형우 촬영]

그는 "성장의 순간마다 위기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결국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기술혁신"이라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AI 기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1995년 설립된 성원메디칼은 수액세트를 비롯해 의료용 도관(카테터)까지 소모성 의료기기를 만든다.

현재 베트남과 중국, 인도네시아에 해외법인을 둔 성원메디칼은 매해 10%씩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창립 이후 역대 최대인 259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성원메디칼은 기술 독립의 명가다. 창업주이자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낙호 전 대표(2018년 작고) 때부터 '기술혁신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고집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이낙호 전 대표는 병원 영상의학과에서 근무하다 1990년대 의료기기 판매 대리점을 열었다.

설립 이듬해 미국에서 들여오던 중심정맥관을 국산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성원메디칼의 베트남 공장 사진 [성원메디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심정맥관은 몸 안의 정맥에 큰 관을 삽입, 신속한 수혈이나 수액 처치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다.

이낙호 전 대표는 혼자서 미국으로 날아가 현지 의료전시장을 돌며 제품을 연구했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국산화에 대한 일념 하나로 현지 업체들을 찾아가 정보를 구했다.

그로부터 1년에 걸친 노력 끝에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성원메디칼이 국산화한 제품이 10개가 넘고, 해외 특허 2건을 비롯한 지식재산권이 47건이나 된다.

이후 이대희 대표와 성원메디칼 임직원들은 끊임없는 혁신성장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상공의 날'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초기에 내수시장에 집중했던 성원메디칼은 새로운 수출 시장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년에 걸친 준비작업 끝에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내시경용 유도선(가이드와이어)'을 의료기기 선진국인 일본 현지병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자국산을 애용하는 문화가 강하고 의료기기에 대한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시장을 뚫어낸 것이다.

성원메디칼의 베트남 공장 사진 [성원메디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원메디칼은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 등 15개 나라로 수출을 늘리고 있으며, 2022년에는 충북 중소기업벤처기업청으로부터 '수출 유망중소기업'으로 뽑혔다.

지금은 AI를 활용, 모든 환자가 맞는 수액의 유량을 실시간으로 디지털화해 간호사들이 이동하지 않고도 근무 병동에서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대희 대표는 "수액을 환자에게 투입할 때 현재는 간호사들이 병실에 매번 들어가 적정량이 투여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만 한다"며 "많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입장에서 에너지 소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데 시스템이 개발되면 간호사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디지털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전환에 속도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적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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