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여행 가볼까?"…전국 유일 전주도서관 체험해보니
다양한 테마와 체험으로 전국 각지서 방문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강경호 수습기자 = 전국 최초로 전북 전주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도서관 여행'. 이 특별한 여행은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전주에서 즐기는 도서관여행은 전국 각지에서 신청이 몰릴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뉴시스는 호평의 이유과 여행의 속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직접 여행을 신청한 후 지난 6일 책 문화 코스를 직접 체험했다.
코스의 첫 시작은 '여행자를 맞이하는' 다가여행자도서관
전주에 거주하는 참가자들도 많았지만 수원, 광주, 천안 등 타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온 참가자들도 여럿 있었다.
박현 도서관 여행 해설사의 인사로 시작된 이번 여행은 참석자들에게 환영의 선물을 나눠주고 도서관 구조에 대한 설명으로 진행됐다.
전주의 번화가 중 하나인 웨딩거리와 차이나타운 사이에 위치한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전주에 있는 세 곳의 여행자 도서관 중 하나다.
지하층을 포함해 총 4층으로 이뤄진 이 도서관은 각각 '다가오면', '머물다가', '노올다가', '다가독방' 등 다가동 이름을 이용한 작명을 통해 각 층마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구성됐음을 알 수 있다.
'다가오면'이라는 이름을 가진 1층은 숙소, 음식, 한 달 살이 등 여행과 관련된 서적들이 주제별로 분류돼 여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이 구비돼있다. 또 자그마한 수영장과 야외공간까지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머물다가'라는 이름을 붙인 2층 공간은 여행자들이 머물면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짧은 시간 독서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매거진과 편히 쉴 수 있는 좌식 공간, 그리고 LP판이 있어 공간에 머물며 음악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 3층은 '노올다가'라는 이름으로, 도서관 옥상에 자그마한 테이블과 의자를 구비해 다가동의 풍경과 산들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박현 해설사는 저녁 즈음 노을이 질 때 이곳에서 보는 다가동의 노을이 장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하로 내려가면 자그마한 '다가독방'이 나온다. 벽면엔 이 도서관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의 편지와 메모로 가득해 이들을 읽어보고, 직접 메모를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여행에선 단순한 공간 구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해설사의 아트북 큐레이션과 함께 몇몇 그림책을 직접 낭독해주기도 해 여행에 참여한 어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한옥마을 안에서 한옥의 정취를…'한옥마을도서관'
이 곳 역시 '대나무숲', '꿈방앗간', '마음곳간'란 이름을 달고 각각의 테마를 가진 한옥 건물 세 채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삶을 하나의 여행이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곳은 각 공간 안에서도 세부 주제별로 큐레이션된 책들을 하나하나 골라볼 수 있다.
'한옥의 길', '나를 찾는 길' 등 특별한 주제로 선정된 서적들도 마련돼 있으며 매월 발간되는 잡지류까지 있어 장르에 관계없이 이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 있다.
박현 해설사는 이곳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책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조명한 작품인 그림책 '봄은 또 오고', 반려묘가 직접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상상의 '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 등을 해설사가 읽어주자 어린 아이들이 한 마디씩 거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여행이 진행됐다.
다른 책 줄게, 헌 책 다오 '동문헌책도서관'
이 도서관도 앞선 곳과 같이 각 층마다 여러 주제를 가진 채로 나뉘어 있으며, 층 안에서도 또 여러 이야기를 담은 서적들이 구분돼 전시돼있다.
출간 당시 금서로 지정됐던 서적들이 놓여있는 '가슴이 콩닥콩닥', 시대별 베스트셀러들을 모아놓은 '찬란한 기억',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개의 서적을 비교해놓은 '책짝꿍' 등 흥미로운 주제로 모인 서적들이 도서관에 가득했다.
참가자들의 가장 열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곳은 지하 1층에 위치한 '만화의 섬' 코너였다. 벽면 한 쪽엔 어린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만화 서적이 가득했고 숨어있는 비밀공간엔 1970~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할만한 과거 만화와 연예 잡지, 교과서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또 이곳에는 배우 전도연, 작가 조정래, 전 축구선수 박지성 씨 등 유명인들이 직접 선정하고 기증한 책들도 마련돼있어 이들의 발자취를 책으로나마 따라갈 수 있다.
특별히 이 도서관에선 본인들이 읽었던 책을 가져오면 도서관에서 준비한 책 한 권과 교환할 수 있다. 한 참가자는 이 소식을 듣고 미리 책 5권을 가져와 다른 책과 교환하기도 했다.
전주천년한지관에서 직접 만드는 나만의 한지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한지를 만들기 위해 이뤄지는 작업을 체험했다.
가장 먼저 체험한 것은 한지의 재료가 되는 닥나무의 껍질을 칼로 벗기는 일이었다. 칼을 쓰는 위험한 작업인 만큼 어린 아이들은 체험을 도와주는 한지 장인들과 함께 열심히 껍질을 벗겨냈다.
다음으론 껍질을 벗기고 물에 불린 닥나무를 두들기는 체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푸는 듯 힘껏 힘을 주어 내리쳤다.
이어서 물에 푼 한지 재료를 얇게 떠 하나의 종이로 만들고 직접 말려 완전한 한지가 돼가는 과정 등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한지 체험이 재밌었는지 아이들은 한지를 두 번, 세 번 만들어가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장인들이 제작한 한지를 직접 만져보고, 전주천년한지관에서 제작한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도서관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여행이 된다니…" 시민 반응 호평
이번 여행에 참여한 이권기(42)·김지현(39·여) 부부는 "딸들이 책을 너무 좋아해 도서관을 많이 다니는데 팜플렛에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며 "항상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만 찾다가 새로운 도서관들을 찾아가니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소윤(10)양과 이혜윤(6)양도 어떤 프로그램이 좋았냐 물어보니 "다 재밌었고 종이 만드는 게 제일 재밌었다"고 답했다.
김경미(43·여)씨도 "도서관은 단지 책만 빌리는 곳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도서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 큰 도움을 준 박현 해설가는 "3년째를 맞은 올해 도서관 여행의 컨셉은 '체험'이다. 그래서 모든 코스에 체험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다"며 "작년에 참여하신 분들도 올해는 새로운 코스로 개편이 됐기 때문에 또 다시 참여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여기 오신 분들이 모두 만족하시고 좋아해주셔서 너무 기쁘다. 이분들이 주변에 도서관 여행에 대한 후기를 많이 남겨주시면 이걸 듣고 다른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 도서관 여행은 지난 3월 9일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30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총 7개의 코스가 운영된다.
주 1회 운영되는 하루 코스는 전주의 책 문화 역사를 만나보는 컨셉인 책 문화 코스와 예술문화를 담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예술문화 코스가 있다.
각 주제별로 4개의 코스가 마련된 반일 코스는 매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운영되며 ▲이야기 코스 ▲그림책코스 ▲비밀코스 ▲정원 코스가 마련됐다.
여기에 다가오는 가을엔 야간경관이 아름다운 도서관을 즐기고 한옥마을 산책, 전주 야시장 방문 등 전주의 야간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야간코스도 운영될 계획이다.
매월 1일마다 다음 달 도서관 여행을 신청할 수 있으며, 관심 있는 시민과 타지역 도서관 여행자들은 전주시립도서관 누리집(lib.jeonju.go.kr)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cjk971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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