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수원에서도 보이는 이유

홍성욱 한국천문연 선임연구원 2024. 4. 13.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천문학자라고 해서 매일 하늘만 보며 일하는 건 아닙니다.

워낙 우뚝 솟아 있다 보니 30km 정도 떨어진 경기도 수원에서도 날씨만 좋으면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것이죠.

롯데월드타워가 멀리 떨어진 수원에서 보인다는 것도 신기한데 계속 운전하다 보면 점차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롯데월드타워는 실제로는 매우 크고 높지만 수원처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볼 때는 작아 보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천문학자라고 해서 매일 하늘만 보며 일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과학자들과 만나기도 하고 연구나 강연을 위해 종종 다른 지역에 가곤 해요. 그런데 가끔 경기도 수원시 근처를 지나다 보면 저 멀리 뾰족한 세모 모양이 하나 보입니다.

● 가도 가도 커지지 않는 건물이 있다?!

한참 보고 나서야 작은 세모 모양이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롯데월드타워는 높이가 무려 555m로 만들어진 지 8년이 된 지금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로 꼽힙니다. 워낙 우뚝 솟아 있다 보니 30km 정도 떨어진 경기도 수원에서도 날씨만 좋으면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것이죠.

롯데월드타워가 멀리 떨어진 수원에서 보인다는 것도 신기한데 계속 운전하다 보면 점차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 양쪽 옆에 있는 여러 건물은 멀리 있을 땐 아주 작게 보이다 가까이 갈수록 조금씩 커 보여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지는 데 1분도 채 안 걸립니다. 그런데 롯데월드타워만큼은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처음 보였던 그 크기 그대로 뾰족하게 우뚝 서 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우리가 보는 물체의 크기는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빛의 각도가 크면 우리는 물체가 크다고 생각하고 각도가 작으면 물체도 작다고 생각하지요.

롯데월드타워는 실제로는 매우 크고 높지만 수원처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볼 때는 작아 보입니다. 이는 롯데월드타워에서 나오는 빛의 각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에요.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조금 이동한다고 해서 각도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관찰자가 물체로부터 멀리 있을 때는 물체의 빛이 눈에 들어오는 각도가 작고 물체의 크기도 작아 보인다. 관찰자가 물체에 가까이 가면 물체의 빛이 눈에 들어오는 각도가 커지며 물체의 크기도 커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이렇게 멈춰 있는 물체를 바라보는 관찰자가 움직이고 있다면 그 물체를 바라보는 각도도 달라집니다. 반대로 관찰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멈춰 있는 물체를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질 일은 없겠죠. 그런데 바로 이것이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문제가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지구의 밤하늘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을 보이는 크기대로 표시한 그림. 실제 크기는 달이 가장 작지만 눈으로 볼 때는 가장 커 보인다, 알데바란은 지구에서 약 65광년 떨어져 있는 별로 지름이 태양의 45배나 된다. NASA, Mysid 제공

● 태양보다 큰 별이 있을 줄이야

코페르니쿠스가 살아 있던 1500년대 당시 지동설에 따르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가장 바깥쪽 투명한 구 표면에 붙어 있는 별은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면 지구가 도는 것에 따라 우리가 보는 별의 각도가 계속 달라져야합니다. 이렇게 바뀌는 각도를 '연주시차'라고 합니다. 그런데 1년 동안 하늘을 계속 쳐다봐도 연주시차는 아주 미미해 각도 차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죠. 그래서 당시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지동설이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은 서로 크기가 다르다. 그러나 이것이 별의 실제 크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이나 카메라에 들어온 별빛은 지구의 공기와 카메라 렌즈 등으로 인해 조금 휘어진 것으로 별이 실제보다 훨씬 큰 크기로 보이게 한다. NASA 제공

브라헤는 연주시차를 관찰하며 두 가지를 알아냈습니다. 첫 번째는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도 더 멀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연주시차가 눈에 띄지 않으려면 별까지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100배는 더 멀어야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우주가 그렇게 큰 공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두 번째로 브라헤는 지구와 별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별의 실제 크기도 보기보다 훨씬 더 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략 계산해 보니 별의 크기는 태양보다도 컸어요. 당시 사람들은 태양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기에 브라헤의 계산을 믿지 않았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나타내는 그림. 가장 바깥쪽 천구(빨간색 원)에 고정된 별을 움직이는 지구(파란색 원)에서 바라보면 지구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을 때 별을 다른 각도로 보게 된다. 퍼블릭 도메인 제공

약 300년 후 천문관측기기가 정교해지면서 미세한 연주시차를 직접 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주의 크기가 수백 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거예요. 그러다 가만히 있는 별 덕분에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를 처음으로 깨달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여러분 주변의 당연해 보이는 일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을지 모릅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4월 1일, [천문학자] 물체를 바라보는 각도의 중요성

[홍성욱 한국천문연 선임연구원 non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