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회 연속 동결…"금리 인하 깜빡이는 아직"

<앵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또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2월 뒤로 벌써 열 번째, 금리를 3.5% 수준으로 묶어놓고 있는 건데요. 한국은행은 농산물과 유가 강세가 이어지면 올 하반기에도 금리를 내리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입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하며 둔화 흐름을 보였지만, 사과 등 농산물 영향에 2월과 3월 두 달 연속 3%를 넘어섰습니다.

경기 둔화 우려가 크지만 물가 안정을 확신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한 건데, 같은 이유로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 3.5%로 올린 후 2월 이후 열 번 연속 묶었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 저희 상황을 말씀드리면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고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하다가 깜빡이를 켤까 말까를 자료를 보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더해지는 걱정은 유가입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배럴당 원유 가격은 6개월 만에 90달러를 넘어섰는데, 올해 안에 100달러 선을 넘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유가 83달러를 기준으로 연간 전망치를 내놨던 한은은, 이 때문에 하반기 금리 인하도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금 유가라든지 다른 여러 문제 때문에 (전망치인) 2.3%로 가려는 패스(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물가가 더 튀면 금리 인하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건데,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는 점도 부담입니다.

[하준경/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미국의 금리는 안 내려가는데 우리 (금리)만 내려간다. 그러면 외환시장을 더 민감하게 만드는 요인도 될 수 있는 것이고 굉장히 위험이 있는 거죠.]

한미 간 금리 차는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인 2%p라 자금 유출이나 추가적인 원화 약세를 감수하고 굳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이유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디자인 : 서동민)

안상우 기자 asw@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