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퇴 생각도 했고, 올해 수술 얘기도"…'5출루' 이렇게 기쁜날 웃지 않았던 이용규가 현역 연장을 택한 이유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사실 작년에 정말 은퇴 생각도 했었다"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차전 홈 맞대결에서 좌익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3득점 1볼넷 1사구로 펄펄 날아올랐다.
키움은 햄스트링 부상을 털어낸 뒤 1군으로 돌아와 7경기에서 펄펄 날아올랐던 이주형이 다시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면서, 이날 경기에 앞서 엔트리에 변화를 가져갔다. 홍원기 감독의 선택은 '베테랑' 이용규였다. 사령탑은 "이용규에 대해서 특별하게 보고를 받은 것은 없다. 다만 몸이 괜찮아졌고, 한두 경기 소화를 했다. 지금 외야 로테이션상 이용규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콜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손목 부상으로 인해 개막전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던 이용규는 복귀 첫 날부터 폭주했다. 이용규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의 '안경에이스' 박세웅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3회 2B-1S에서 박세웅의 4구째 144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우익 선상 방면에 2루타를 터뜨린 뒤 최주환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면서 팀의 선취점이자 결승득점을 만들어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용규는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박세웅과 맞붙었고, 이번에는 135km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쳐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기록하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 안타 이후 키움은 로니 도슨이 달아나는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간격은 4-0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이용규는 네 번째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을 얻어냈고,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김도규의 4구째 125km 포크볼에 이날 세 번째 안타이자, 다섯 번째 출루에 성공, 다시 한번 홈을 밟으면서 팀 승리의 선봉장에 섰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이용규는 "사실 경기를 하면서 후배들에게도 이야기를 했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지난 3월 1일 손목이 좋지 않아서 스프링캠프에서 일찍 귀국을 했다. 이후 연습경기 두 경기, 2군에서도 두 경기 밖에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이)주형이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하면서 급하게 콜업이 됐다. 오늘 결과가 좋았을 뿐이다. 타석에서 내가 생각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인해 공백기가 길어졌고, 2군에서도 충분히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채 1군의 부름을 받은 이용규는 조금 혼란해 했다. 그래서 이날 경기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게 베테랑의 설명이다. 이용규는 "오늘은 공만 정확히 맞추자는 생각이었다.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니 스트라이크존도 굉장히 넓어진 것 같더라. 실전에 대한 감각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는데 너무 운이 좋았고, 결과가 잘 따라줬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용규는 "오늘 2루타도 치고 나서 이게 어떻게, 어떤 타이밍에 맞았는지 감각적인 부분에서 전혀 모르겠더라. 그래서 오늘은 최대한 공을 많이 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지금은 타격감이 어떻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몸에 맞는 볼에 반응하지 못했던 것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아서 3안타가 나왔다. 일단은 경기를 더 치러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용규의 인터뷰는 예상과 달리 다소 무거운 흐름으로 진행됐다. 이용규는 지난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은 뒤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를 거쳐 2021시즌부터 키움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직후 이용규는 133경기에서 136안타 43타점 88득점 17도루 타율 0.296으로 녹슬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22년 86경기에서 타율 0.199, 지난해에도 50경기에서 타율 0.234로 크게 허덕였다.
이용규의 성적이 하락한 이유는 부진도 있었지만, 그 배경에는 부상으로 인해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던 것도 컸다. 특히 올해도 악재는 이어졌다. 이용규는 2차 스프링캠프 기간 중 오른쪽 손목(주상골) 통증으로 인해 일정을 완주하지 못한 채 지난 2월 29일 귀국했다. 검진 결과 주상골 염증이 관찰됐고, 이용규는 재활군에 합류해 통증을 조절하고 보강운동을 하며 회복기간을 가졌고,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이주형의 이탈로 인해 1군의 부름을 받았던 것이다.
부상 때문에 이용규는 은퇴까지 생각했었다고. 그는 "사실 작년에 정말 은퇴 생각도 했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프지 않으면서 못 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들이 있었다. 아파서 못하는 것과 아프지 않고 못하는 것을 다르다. 그 생각 하나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며 "병원에서는 사실 수술 이야기도 나왔었다. 수술을 하고 1년을 쉰 뒤에 다시 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운동해서 잘 버티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일단 이용규는 손목 통증이 생겨나지 않게 잘 관리할 뜻을 밝혔다. 그는 "올해 자고 일어나 보니 오른쪽 손목이 많이 부어 있더라. 스윙을 할 때 손목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다시 손목을 다치면 그건 내 운명이다. 아픈 것은 하늘에 맡겨야 할 것 같다. 대신 그렇게 되지 않게끔 운동을 잘해야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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