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이는 라면만 있던 시절 '깜짝 등장'…40년째 '톱' 지킨 비결은

이재윤 기자 2024. 4.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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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맞는 히트 K-푸드]④40주년 맞은 팔도 '비빔면'
[편집자주] 한류 바람을 타고 K-푸드가 세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K-푸드의 세계화는 한국에서 히트한 먹거리가 다른 나라에서도 먹힌다는 점을 증명했다. 올해로 짧게는 열살(10주년), 길게는 백살(100주년)을 맞는 'K-푸드'의 히트상품을 찾아 소개한다.

여름하면 꼭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은 팔도 '비빔면'이다. 출시 당시 비빔면은 끓이는 라면만 있던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른바 '계절면' 이란 분야를 새로 개척한 제품으로 손꼽힌다. 출시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조리 방법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TV광고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량이 18억개를 넘어섰다.

팔도는 국내 비빔면 시장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강자다. 시장조사업체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비빔면 시장은 1800억원 규모이며, 이 중 팔도가 5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비빔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팔도를 뛰어 넘는 제품은 40년째 나오지 않았다. 윤인균 팔도 마케팅팀 책임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통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기존 라면과 가장 큰 특징은 조리법과 소스다. 한국야쿠르트(현 hy)는 1980년대 당시 여름철 시원한 비빔국수를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신제품을 선보였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전국 유명 맛집의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등을 연구해 이른바 '3콤(매콤·새콤·달콤)'한 황금비율 소스를 만들었다. 출시 초기에는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연중 판매하고 있다.

액상 수프를 사용한 것도 커다란 변화였다.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 만든 액상 수프 기술력에 최고의 원료를 넣어 비빔면 특유의 맛을 끌어올렸다. 액상 수프의 경우 당시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발효와 미생물공학 기술을 활용했다. 액상 수프는 원재료의 수분제거가 필요한 분말수프와 달리 엑기스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으나, 제조 공정상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조리법도 기존 국물라면 제품과는 차별화를 뒀다. 끓는 물에 넣기만 하면 되는 국물 라면과 달리 차가운 물에 한번 씻어내 양념에 비벼 먹는 과정이 더 있다. 다소 생소 할 수 있는 조리법이라 출시 초기에는 국물 라면처럼 끓여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조리법을 소개한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양손으로 비벼도 되잖아"란 광고음악(CM송)이 주목을 받으면서 각인 효과를 누렸다.

팔도는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매년 맛을 개선하고 독특한 한정판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생)를 포함한 폭넓은 연령층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2017년부터 감칠맛과 매운맛을 높이기 위해 순창고추장을 적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통참깨 참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이색 신제품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에서 유행했던 '야민정음(야매 훈민정음)'으로 팔도 비빔면을 '괄도네넴띤'으로 적은 제품을 2019년 선보였다. 식품 업계 관행상 핵심 브랜드나 제품명 변화는 흔하지 않은 경우였지만, 팔도는 젊은 층에게 비빔면을 알리기 위해 시도했다. 이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

비비면 소스를 따로 담은 '팔도 만능 비빔장'도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2017년 4월 만우절에 팔도가 재미를 위해 기업 블로그에 올린 '팔도 만능 비빔장'을 실제로 출시해 달라는 요청으로 만들어져 1000만 개가 팔렸다. 이후 정식제품으로 판매되면서 2022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2000만개에 달한다. 최근 이색 제품으로 딸기를 활용한 봄 한정판 '딸기 비비면'도 선보였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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