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 안전을 지키는 기상관측자료
2023년 한 해 동안 지구촌 곳곳이 가뭄, 홍수, 폭염 등 이상기상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45℃가량 올라,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어, 작년 연평균기온이 13.7℃로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 이래로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온도 또한 17.5℃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고, 연강수량도 평년보다 414.3㎜ 더 많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렇듯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기록적인 폭염, 호우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측과 분석이 가능한 것은 바로 기상관측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기상을 관측하기 위하여 땅 위에서뿐만 아니라 바다와 하늘 위, 심지어 우주에서도 관측을 하고 있으며, 이렇게 관측된 기상관측자료는 우리 일상생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실시간 기상감시를 통한 위험기상 예측과 생활기상정보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중기적으로는 월 전망과 계절 전망 생산에 활용되어 날씨 경향을 파악하고 농산물 출하, 전력 생산계획 수립, 물품의 생산량 조절 등 산업·경제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장기적인 정책 수립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분석과 예측의 기초자료로 활용되어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상관측자료의 활용성과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서 오랜 기간 관측하여 자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도시 내에서도 지형이나 주변 시설물 등의 영향으로 장소에 따라 기온이나 강수량 등의 기상관측 값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관측장소를 옮기게 되면 10년 전 관측자료와 올해 관측자료의 차이가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관측장소의 변화 때문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기상관측장소는 도시화 등 개발 논리에 의해 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중심에서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도심지 내에 있는 기상관측장소의 관측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세계기상기구에서는 100년 전에 설립되고, 비활동 기간이 10년 미만이며, 환경정보가 보존되고 지속적으로 관측자료의 품질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관측소를 기상 분야의 유네스코 문화재인 ‘100년 관측소’로 지정하여 전 세계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제주의 관측소와 함께 1904년에 설립된 부산기상관측소가 100년 관측소로 등록되어 있다. 지난해 3월 19일, 부산기상관측소에는 기상청이 식물계절관측을 시작한 1921년 이래로 가장 빠르게 벚꽃이 개화한 바 있다. 이러한 통계가 가능한 것은 부산기상관측소가 오랜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관측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기상 현상은 갈수록 극대화되고 빈번해지고 있다. 만약 우리의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기후변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 고품질 기상관측자료를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
해서는 기상관측장소를 유지하고 관측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세계기상기구는 세계기상기구가 발족한 3월 23일을 세계기상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의미 있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후행동을 촉구하였다. 이 메시지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 모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기후행동들을 실천하여야 할 것이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상관측자료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터전을 지키기 위해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