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블루수소 수년간 공존"…저렴한 그린수소 핵심은 이것
[편집자주] 전기를 만들고 산업활동을 하며 이동할 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변화가 전세계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한 변화가 산업과 경제 구조의 탈탄소화를 재촉하면서 새 시장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시장이 재편된다.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밸류체인을 장악한 가운데 미국·유럽이 산업정책 차원에서 '녹색산업'을 지원한다. 한국을 녹색산업의 협력 파트너로 바라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협력 관계인 국가의 기관·기업과 만나 전세계 녹색산업의 진화를 짚어본다.
주요국들이 에너지전환과 산업·모빌리티 탈(脫)탄소화의 핵심으로 꼽는 수소. 그린수소 생산 선도국 덴마크가 수소 분야에서 가장 협력하고 싶어하는 국가 중 한 곳이 바로 한국이다. 양국의 수소 분야 협력은 연구개발(R&D)에서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덴마크 수소 R&D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한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의 에밀 드라제비치 교수에게 양국의 수소 협력, 전세계 수소 분야 동향 등에 대해 들었다. 그는 화학공학 전공자로 그린수소 생산 및 에너지 저장 등에 대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덴마크 수소 R&D 심포지엄 및 진행 중인 양국의 R&D 협력 대해 소개해달라.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과 덴마크 내 수소 경제 관련 R&D와 펀딩에 동력을 제공하는 양국 정책·민관산학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심포지엄을 통해 양국 모두 연료전지 및 전해조 R&D 분야에서의 지식 공유와 협력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24개월 프로젝트인 한국-덴마크 수소 R&D 협력 프로젝트인 '글로벌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진행 중에 있다. 덴마크 고등 교육과학부와 주한덴마크대사관의 이노베이션센터 덴마크 서울이 지원하는 협력 사업이다. 양국 파트너들은 스케일업(규모확대) 가능한 수전해조 기술 솔루션 개발, 생물 기원 이산화탄소와 바이오가스를 통한 섹터 커플링(건물 냉난방, 운송 , 산업 등 에너지 소비 부문과 전력 생산 부문을 연계하는 것)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향후 더 큰 연구 협력을 위한 공동 펀딩 기회를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과 덴마크가 수소 분야에서 각각 어떤 강점을 갖고 있나. 또 한국과 덴마크가 수소 경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나.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풍력 및 바이오 에너지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풍력 에너지 생산을 위한 솔루션 제반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는 그린 수소 생산과 전해조 수출 선두주자가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덴마크는 풍력 에너지 생산 기술을 수출하고 이퓨얼(e-fuel), 바이오 가스, 바이오항공유(SAF), 메탄올 및 암모니아 형태로 수소를 저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산업화에 확실한 강점이 있고, 스케일업 가능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수출해오고 있는 국가다.한국은 수소 수입과 수소 인프라 구축에 정책적 초점을 두고 있고, 그 최종 사용처는 철강, 암모니아 등 탄소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산업과 에너지 생산(연료전지) 및 모빌리티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이 수소에 투자하고 수소를 수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용률 측면에서 재생에너지원(풍력 및 태양광)이 제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이용률이 더 높은 지역이 많다. 또 한국의 전력망 용량이 업그레이드될 때까지 직접적 전기화 확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탄소 제거 수소를 수입하는 게 한국에 좋은 탈탄소화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그린 수소 생산과 같은 R&D 및 기술 개발업체와 협력한다면 수소 수입이 한국에 좋은 사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수전해조를 대규모로 배치하는 것에 기여한다면, 전세계 그린 수소 프로젝트의 대규모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자본 비용 투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수소 산업과 관련해 덴마크가 지금까지 구축한 경험을 소개해 달라.
▶덴마크가 지금까지 얻은 녹색 전환 관련 교훈의 핵심은 섹터 커플링이다. 한 가지 해결책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모빌리티와 같이 전기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기화하고, 전기화 가능한 모든 산업 프로세스를 전기화하는 것에 대해 합의가 있다. 전기화는 화학 산업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기존의 천연가스 연소 방식 대신 전기로 구동할 수 있는 화학 반응기를 개발하는 걸 의미한다. 현재 수소는 비료, 철강 산업, 중장비 운송과 같이 탄소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부문을 탈탄소화하기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섹터 커플링을 고려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는 순환 경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전해조에서 나오는 폐열(약 40%)을 가정 난방에 사용하고, 폐수 처리장에서 수소 생산용 용수를 공급받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바이오가스, 바이오 연료 및 암모니아 분야에서 선박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덴마크의 그린 수소 생산 및 상용화 계획은.
▶2030년이 되면 (그린수소 생산용) 전기분해 용량이 덴마크에서는 10GW로, EU에서는 40~100GW로 성장할 거라 예상한다. 현재 덴마크의 수전해 생산업체들은 생산량과 스택(수전해 장치의 핵심 구성요소)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스택의 규모는 최대 5.5MW다. 현재의 생산 능력은 훨씬 더 큰 전해조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고품질 제품을 빠른 속도·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파트너의 도움을 통해 수요를 충족시키고 글로벌 규모의 그린 수소 산업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덴마크에서는 누적 10GW가 넘는 여러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그 중 하나인 외스트(Høst) 파워투엑스(PtX) 프로젝트에서는 암모니아 공장에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1GW의 수전해조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 전기분해로 인한 열 손실은 덴마크 항구도시 에스비에르의 중앙 난방 시스템의 열원이 될 수 있다. 그린 암모니아는 덴마크 농업 부문에 수요처가 있다. 덴마크 농업 기업들이 자사 사업을 친환경으로 브랜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외 4GW 및 6GW의 대규모 전기분해 프로젝트가 더 발표됐다. 이중에는 덴마크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그린 수소를 독일 산업계에 수출 및 판매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에네르기넷(덴마크 국영 송전사업자)이 수소 파이프라인의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PtX 프로젝트에 투자할 의사를 분명히 밝힌 퍼스트무버들이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수요처를 찾고 있다.
-그린 수소와 블루 수소가 공존할지, 아니면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점하게 될 지에 대한 전망은.
▶그린, 그레이, 블루 수소는 서로 동일한 경쟁 규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을 비교할 수 없다. 블랙 수소는 땅에서 파내어 얻은 메탄 형태의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생산되며, 대기를 오염 시키며 처리되므로 매우 저렴하다. 블루 수소도 값싼 에너지원인 메탄을 사용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를 포집하기 위해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이 결합될 예정이다. 그러나 CCS 기술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고, 온실가스 제거의 비용과 효율성 또한 명확하지 않으며,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완전히 포집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러한 가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향후 몇 년 동안 여러 등급의 블루 수소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린 수소에 가까운 비용 및 CCS 효과도 뛰어난 라이트 블루(light blue) 수소가 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CCS가 아주 효과적이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는 그레이 수소에 가까운 저가의 다크 블루(dark blue) 수소가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 향후 몇 년 동안 시장에서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가 공존할 것이며, 이는 탈탄소화 수소 시장을 구축하는 데 필요하다.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그린 수소가 블루 수소를 경제적으로 능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소 생산이 고용량의 저비용 재생에너지로 이루어지고, 대도시의 난방 시스템이나 일부 열 집약 산업에서 (수소 생산을 활용해) 열 손실을 수익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생기며, 블루 수소 생산과 관련된 CO2 및 CO2 등가 배출에 적절한 세금이 부과될 경우다.
- 그린 수소의 경우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싸다는 점*이다. 향후 그린 수소의 가격 동향을 어떻게 전망하며,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지.
▶시간에 따라 전해조 기술은 개선될 것이다. 전해조 단가와 자본 비용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린 수소 비용에 있어 전해조 비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린 수소 비용은 주로 재생에너지의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전 세계에 재생에너지 이용률(capacity factor)이 매우 높은 지역들이 곳곳에 있는데, 이러한 곳에서는 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GW 규모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그린 수소 비용을 상당한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린 수소는 대부분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되어 운송될 가능성이 높다.
-이퓨얼의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분야 중 하나가 운송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e-암모니아를 유망한 대체 연료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e-암모니아가 대규모 해상 운송을 위한 청정 연료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또 상용화를 향한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는.
▶e-암모니아보다 더 저렴한 e-연료는 없을 것이다. 암모니아를 만들기 위한 전구체인 공기, 물 및 재생 에너지는 지구상 많은 지역에서 풍부하게 구할 수 있으며, 자연 자원의 고갈 위험 없이도 해양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선박 내연기관에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선원들과 인접한 곳에서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것은 큰 안전상의 우려가 있다. 연료 전지(암모니아를 선상에서 수소로 분해)와 같이 내연 기관의 암모니아를 대체할 수 있는 좀 더 안전해보이는 유망 대안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아직 실제 규모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아울러 그린·블루 암모니아의 가격은 거의 전적으로 그린·블루 수소의 가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여기에는 저비용 그린 수소와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 즉 높은 재생에너지 이용률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가진 지역들이 저비용 그린 암모니아 생산의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그린 수소 가격은 평균 킬로그램당 6.4달러로 그레이 수소(2.13달러), 블루수소(3.1달러)를 크게 웃돈다. 다만 블룸버그NEF는 2030년부터 중국, 스웨덴 등 일부 지역에서 그린 수소 생산이 그레이 수소 생산 보다 18% 더 저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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