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蜘蛛 [詩의 뜨락]

2024. 4.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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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야

눈뜨자 한 마리
거미로 변해 있었지

카프카의 잠자는 가공할 현실이었네 지상에서 땅 한 평 갖지 못한 지주, 가난을 대물리는 기다림의 가계에서 허공을 경작하느라 한 생이 저물었네 땅거미 내려앉는 공중분해의 시간이여, 빈집엔 경첩들만 삐걱삐걱 울리네 일생을 탕진한 죄가 밤을 곧 부르는데 제가 놓은 올무에 사로잡혀 벌 받네

눈 드니
사방 온 숲엔
거미,
거미,
거미줄들……

-계간지 ‘유심’(2023년 겨울호) 수록

●류미야 약력
 
△1969년 진주 출생. 2015년 월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를 펴냄. 공간시낭독회문학상, 올해의시조집상, 중앙시조신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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