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튜브’… 흥미진진한 알레고리

김용출 2024. 4.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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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매일 10억 시간 이상 시청
국내도 1인당 월평균 40시간 넘게 사용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 성장하기까지
모회사 구글?인플루언서들과의 알력 등
각종 논란·스캔들 비하인드 스토리 소개

유튜브, 제국의 탄생/마크 버겐/신솔잎 옮김/현대지성/2만5000원

사람들은 매일 전 세계에서 10억 시간 이상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유튜브 플랫폼에는 1분마다 500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3월 현재 국내에서도 1인당 월평균 유튜브 사용 시간은 40시간을 넘어서 국민앱이라고 하는 카카오톡을 제치고 3개월째 1위를 질주 중이다. 바야흐로 유튜브는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놓았다.

이제 유튜브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유튜브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성장해 왔으며, 누가 운영하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들 회사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그 결정들이 왜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들 역시 거의 없다. 많은 이들이 유튜브를 하나의 유틸리티나 정보의 샘으로, 무해한 취미 정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유튜브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샌브루노에 있는 유튜브 본사. 현대지성 제공
2010년부터 구글을 취재해온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책 ‘유튜브, 제국의 탄생’에서 유튜브의 탄생부터 성장 과정, 최근 팬데믹 시기까지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를 둘러싼 갈등과 스캔들, 불편한 진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유튜브와 모회사 구글의 전·현직 직원, 비즈니스 파트너, 유튜브 크리에이터, 규제 기관 담당자 등 300여명을 취재하고 유튜브의 많은 영상과 자료를 확인하고 대조 분석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이마가 넓은 스물여덟 살 청년 채드 헐리는 마치 운동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대학을 다닐 때에는 대충 구색만 갖춰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특이한 일을 했다. 스타트업 페이팔에서 웹 디자이너를 그만둔 헐리는 통통한 얼굴에 검은 머리의 코더인 회사 동료 스티브 첸, 프로그래머인 자웨드 카림과 함께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싶었다.

2005년 초 헐리와 첸, 카림 세 사람은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헐리의 집이나 인근 카페에 모여서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이들은 마치 장난처럼 사람들이 영상을 공유하고 시청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신을 위한 개인용 텔레비전 개념으로.
탄생부터 가파른 성장 과정, 최근 팬데믹 시기까지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를 둘러싼 갈등과 스캔들, 불편한 진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책이 나왔다. 사진(왼쪽부터)은 유튜브 창립자인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 현대지성 제공
“세 사람은 결국 사람들이 영상을 공유하고 시청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밸런타인데이에 이들은 헐리의 반려견까지 더해 좁은 차고에 붙어 앉아 늦은 시간까지 잠도 자지 않고 자신들이 구상한 사이트의 이름을 지었다. 개인용 텔레비전을 상기시키는 여러 단어를 떠올린 헐리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는 옛 속어, 붑튜브(boob tube)를 변형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위한 튜브. 구글에 해당 단어를 검색했다.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날 저녁, 세 사람은 YouTube.com 도메인을 구매했고, 이로써 확고한 계획의 첫 발걸음을 뗐다.”

이들은 5월 론칭을 겨냥해 행동을 개시했다. 첸과 카림은 사이트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코딩을 했고, 사이트 운영 방법을 논의한 뒤, 테스트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들은 친구나 자신들의 동영상 클립을 올리기 시작했다. 작은 사무실을 임대한 이들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모습을 방송하세요”라고 홍보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플래시를 통해 자사의 비디오 플레이어 박스를 다른 웹사이트에 삽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얼마 뒤에는 댓글을 남기는 기능과, 친구들에게 클립 링크를 쉽게 보낼 수 있는 작은 버튼을 추가했고, 영상을 클립하면 관련 콘텐츠가 페이지 우측으로 쭉 등장해 더 많은 영상의 시청을 유도하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사진(왼쪽부터)은 유튜브 현 CEO 선다 피차이, 유튜브 전 CEO 수전 워치츠키, 모회사 구글의 창립자 래리 페이지
특히 당시 인기가 있던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를 이용해 유튜브로 트래픽을 유도하면서 시청자들과 업로더들이 몰려오면서 9월 들어 재생 영상이 급격히 늘어났다. 첸은 서버 공간을 대여하기 위해서 텍사스 회사로 찾아가 개인 신용카드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다행히 얼마 뒤 재력가 롤로프 보타를 통해서 350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유튜브는 이듬해 놀라울 속도로 성장을 이어갔고, 샌프란시스코의 한 위성도시 피자집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사무실은 엉망이었다. 환풍기와 천장 사이, 마룻장에는 쥐들이 들끓었다. 그래도 인플루언서와 스타들이 속속 유튜브 세계에 들어오면서 더욱 빨리 확장했다. 여름이 되자 유튜브는 이미 구글의 비디오를 격파하며 업계 최강자가 됐다.

2006년 10월 초, 유튜브는 직원이 일흔 명에 가까워지면서 샌프란시스코 교외 샌부르노의 큰 사무실로 옮긴 몇 시간 뒤에 무려 16억5000만달러의 가격으로 구글에 인수됐다. 쥐가 들끓는 허름한 사무실에서 개인 신용카드에 버티던 유튜브가 구글과 결합해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게 된 순간이었다.
마크 버겐/신솔잎 옮김/현대지성/2만5000원
유튜브는 이후 구글의 재정 및 기술적 지원 속에 시너지를 내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이듬해에는 국가별 현지화 서비스를 시작해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9개국 사용자를 위한 페이지를 공개했다. 업로드 영상에 대한 보상 체계나 효과적으로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법 등을 정비하면서 더욱 빠르게 성장했고, 2010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저자는 유튜브의 탄생과 성장 여정뿐 아니라 유튜브와 모회사 구글 사이의 불편한 관계, 유튜브와 인플루언서 사이의 알력, AI 알고리즘, 정치 관련 이슈, 크라이스트처치 사건을 비롯한 총격 사건과의 연루 등 각종 비하인드 스토리도 놓치지 않았다. 아울러 유튜브가 자사의 기술을 맹신하며 거대한 수익에 열을 올리다가 인간 본성의 가장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고 비판도 하고, 혐오주의자가 나오거나 혐오주의를 담는 내용을 담는 영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요컨대, 책은 최대 콘텐츠 플랫폼이 된 유튜브의 과거 기록이자, 각종 논란과 스캔들에 대한 현재의 지형도이며, 유튜브와 이용자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겠다. 방대한 취재와 꼼꼼한 자료 출처 공개는 물론 문장이나 플롯은 인상적이다. 특히 마지막 ‘자료 출처’에서 채드 헐리나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나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이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적은 부문에선 작가 정신에 뜨거운 경의를 보내게 될지도.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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