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 이후 법원 첫 출석 이재명…검찰 vs 변호인, 언성 높이며 날 선 공방

김현주 2024. 4.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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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측 “부끄러운 줄 알라”…檢 “적절한 발언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故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20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총선 승리 이후 처음으로 법원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증거 제출과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이 언성을 높이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맡았던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대문갑 후보는 12일 재판부가 선거운동 기간에 이 대표를 법원에 출석시킨 것에 대해 "사법부 개혁을 넘어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백현동 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 변경을 신청했던 정 전 회장은 당시 국토부 측의 협박 또는 압박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들은 적 없다"고 대답했다.

이 대표 측은 반대신문에서 백현동 사업과 관련한 정 전 회장의 다른 사건 경찰조서를 언급하며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냔 취지로 반박했다.

정 전 회장은 경찰에서 지난 2014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 회의에서 장관을 질책하며 용도를 변경해 민간에 매각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는 전언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박 전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을 질책한 뒤 국토부가 성남시 측에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국토부 측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냔 의미다.

◆李 변호인, 檢 향해 “적어도 부끄러운 줄 알고 하셨으면”

증인 신문을 마친 후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이 같은 정 전 회장의 경찰 진술 등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인은 "처음부터 증거를 다 내서 법정에서 제대로 다뤄지도록 했어야 한다. 처음에는 모르는 체하고 (증거를) 다 빼버렸다가 이제와서 정바울이 다르게 얘기하니 '저희 다른 거 있어요'하고 내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불리한 건 숨겨놓고 안 냈다가 나중에 이런 상황이 되면 그때마다 하나씩 꺼내 놓는 걸 재판에서 용인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적어도 부끄러운 줄 알고 하셨으면 한다"고 일갈했다.

변호인의 지적에 대해 검찰은 "어떤 취지로 말하는지 알겠지만 방금 하신 발언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검찰은 "변호인께선 정바울 회장의 검찰·경찰 조서를 다 받아보셨을 텐데 왜 검찰조서를 증거로 신청하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며 "마치 검찰이 의도를 갖고 특정 자료를 숨기거나 배제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발언은 사실과 다를뿐더러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檢 “호도하는 발언, 사실과 다를뿐더러 적절하지 않다”

재판부가 양측을 중재하며 과열된 공방이 진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사업부지 관련 용도 변경 신청에 이 대표 측근이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변경한 것이라고 답했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4·10 총선 승리 이후 처음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당선됐지만 사법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임기 중 의원직 상실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당선인 “이번 총선서 ‘李 법원 출석’ 가장 충격적인 장면”

김 당선인은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그 중에서도 검찰개혁도 필요하지만 사법개혁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의 법원 출석이)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앞둔 상황인데 단순히 일정 조정을 넘어서 어떻게 보면 사법부가 헌정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그냥 자기들의 형식 논리에 갇혀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 심각하게 바라봤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정도의 재판이 진행됐고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이 대표 본인이 재판하겠다고 하더라도 재판부가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재판하시는 게 맞냐'고 나오는 게 민주주의에 맞는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사회자가 '재판부가 불출석할 경우 구인장을 발부 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하자 김 당선인은 "국민들에 대한 도전"이라며 "당사자인 이 대표는 그런 부분들을 조심할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브라질에서 룰라를 구속하는 거나 비슷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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