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전 치열한 전투 현장은?”…진땀 나는 고지 등반 취재기

김규희 2024. 4.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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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복잡한 관계로 차량 통합 운용 예정으로, 15분 정도 산행이 필요합니다. 신발은 가급적 등산화 혹은 운동화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들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제35사단 소속으로, 지난 1일부터 특별 작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북 순창군 쌍치면 라희봉 고지 일대에서 6·25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는 임무입니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발굴한 6·25 전사자 유해는 모두 13,300여 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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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라희봉 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제35사단이 유해 발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길이 복잡한 관계로 차량 통합 운용 예정으로, 15분 정도 산행이 필요합니다. 신발은 가급적 등산화 혹은 운동화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육군 제35사단에서 유해 발굴 현장을 공개하겠다며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인근 마을회관에서 만나 차량으로 15분 이동한 뒤 걸어서 15분을 또 올라가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그렇게 힘드려나?’ 싶은 마음에 가벼운 옷차림과 튼튼한 운동화를 신고 길을 나섰습니다.

■ 해발 564m 고지…“어서 와. 산행 취재는 처음이지?”

차를 타고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 ‘이렇게 산 속까지 들어가서 취재한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헤아려보니 지금 가는 곳은 6·25 전쟁 당시 군사 작전이 벌어졌던 현장이었습니다. 유난히 산세가 험하고 가파른 이유가 이해됐습니다.

얼마 안 가서 임도도 끝이 보였습니다. “여기부터는 걸어서 가야 합니다!” 육군 장교의 외침에 쳐다본 등산로, 경사진 흙길이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어서 와. 산행 취재는 처음이지?’

처음 한 발. 또 한 발. 그렇게 열 발 정도 내딛은 뒤 취재진 사이에서는 침묵만 흘렀습니다. 숨이 벅차 말할 힘도 아껴야 했습니다.

장병들은 먼저 삽으로 땅을 판 뒤, 금속탐지기를 통해 유품이 있는지 살핍니다.


■ 장병 80여 명, 삽질 후 금속탐지기까지 동원 수색

드디어 도착한 정상. 숨 돌릴 새도 없이 둘러본 현장 풍경은 놀라웠습니다. 장병 80여 명이 일렬로 떼 지어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삽, 호미, 도끼…. 각자 도구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쉴 틈 없이 움직였습니다.

이들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제35사단 소속으로, 지난 1일부터 특별 작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북 순창군 쌍치면 라희봉 고지 일대에서 6·25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는 임무입니다.

발굴 작전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땅을 팝니다. 50에서 80㎝, 짙은 흙이 나올 때까지 파헤칩니다. 이후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땅 속에 유품 등이 있는지 살피는 겁니다.

유품이 나온 장소에는 깃발을 설치합니다. 이렇게 유품이 많이 발견된 장소, 또, 역사 자료와 주민들 증언 등을 종합해 발굴 지역을 선정하고 작업이 계속됩니다.

한 장병이 6·25 전쟁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탄피를 발견했다.


■ “찾았습니다!”…한 장병 외침에 들썩이는 발굴 현장

그렇게 작업이 한창인 무렵. 한 장병이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찾았습니다. 유해발굴병!”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녹이 슨 무언가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곧바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모여들어 유물을 살폈습니다.

이들은 해당 유물이 6·25 전쟁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탄피라고 설명했습니다.

온종일 구슬땀을 흘린 장병은 뜻밖의 수확에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뭔가 하나라도 발견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여기 땅에 호국 영웅들이 묻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것도 좀 더 동기부여가 돼서 더 열심히 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주완 상병(육군 제35사단)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다 발굴된 녹슨 탄피. 6·25 전쟁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 탄피부터 숟가락까지…전쟁 유품 150여 점 발견

이렇게 지난 1일부터 일주일 동안 군 당국이 발견한 유품은 모두 28종 152점입니다.

아군이 사용한 탄두, 단추, 군장 고리부터, 당시 적군이 쓴 것으로 보이는 탄피, 면도칼, 숟가락까지 나왔습니다.

이 유품들은 6·25가 한창이던 1951년 2월, 이 일대에서 벌어진 ‘회문산 작전’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남쪽에 남은 적군을 소탕하기 위해 당시 국군 11사단 소속 41명은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군 당국은 이 유품을 육군 역사관에서 전시해 사료적 가치를 널리 알릴 예정입니다.
”유해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남은 한 주 동안 장병들이랑 최선을 다해서 한 분의 유해라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원영 중사(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팀장)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제35사단이 발굴한 6·25 전쟁 유품들.

■ 가족 품 돌아가지 못한 전사자 10만여 명…“끝까지 찾는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발굴한 6·25 전사자 유해는 모두 13,300여 구입니다.

군 당국은 마지막 한 구 유해까지 발굴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차디찬 땅 속에 묻혀 있는 참전용사는 10만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연관기사] 6·25 참전용사 유해발굴단, 전쟁 유품 150여 점 발견 / 2024.04.1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7655

(촬영기자 :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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