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호평하고 美의회 사로잡은 기시다 조크, 열도 민심은 놓쳤다[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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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칭찬하고 미 의회가 박수를 보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미 연설이 정작 일본 국민들에게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을 방문 중이며 10일에는 국빈 대우 만찬, 11일에는 미 국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모두 영어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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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굿 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칭찬하고 미 의회가 박수를 보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미 연설이 정작 일본 국민들에게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을 방문 중이며 10일에는 국빈 대우 만찬, 11일에는 미 국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모두 영어로 해냈다.
국빈 대우 만찬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며 "당신 모두가,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대담하게 가라"라는 영화 '스타트렉'의 대사를 건배사에도 인용하는 여유를 보여 주목받았다.
이튿날 의회 연설에는 유년 시절 미국에서 3년간 생활하며 본 애니메이션 프린스톤의 대사 "야바다바두~"를 익살스럽게 읊어 웃음과 박수를 일으켰다. 외신들 역시 기시다 총리 개인의 삶과 미국 사이의 연결고리, 웃음 포인트를 아우른 연설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약 35분간 이어진 연설 동안 열 번이 넘는 기립 박수로 환대를 받은 기시다 총리는 막판에 "일본 국회에서는 이렇게 멋진 박수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농담은 미국에서만 통했다. 일본에서도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멋진 박수'가 실시간 트렌드 워드로 급상승하며 높은 관심도를 보였지만 이는 차마 박수칠 수 없는 일본 국민들이 보낸 분노 표출에 가까웠다.
엑스 등 SNS에는 "국민은 증세, 자민당은 탈세인데 박수가 나올 리가 없지 않겠나. 국민으로서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자업자득"이라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당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일본 국민은 더더욱 멋진 박수를 진심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으로 받아치는 이도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얼굴에 기쁜 기색이 가득한 총리를 보고 있자면 정말 불안해진다"며 "총리는 일본은 안전보장이 미국과 일체화 돼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을 수반하는 것인지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미국의 안색만 살피는 외교는 너무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을 비운 사이 발표된 지지통신 여론조사에 뜬 내각 지지율은 16.6%. 또 한 번 정권 출범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요인을 제공한 '자민당 파벌 뒷돈 스캔들'은 그동안 증세 압박을 받아온 일본 국민의 내로남불 역린을 건드렸다. 열도가 기시다 총리에게 도저히 박수를 칠 수 없는 까닭이다. 남의 나라 총리이지만 어째서인지 기시다 조크에 웃음이 나지 않는 것은 한국의 상황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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