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카메라는 그 찰나를 기다립니다[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4. 4.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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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4월 8일

<서퍼들의 투표 독려> 4·10 총선을 사흘 앞둔 7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부산시선관위, 송정서핑학교 주최로 서퍼들이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전후 며칠 간의 신문 1면 사진은 어지간해선 총선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국내외의 주요 이슈들도 이 기간만큼은 숨을 고릅니다. 대개의 이슈들은 선거의 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지요. 8일 월요일자 1면은 ‘투표 독려’ 캠페인 사진을 썼습니다. 이맘때면 각 시도 선관위들이 선거 일정을 관리할 뿐 아니라 투표 캠페인까지 벌이는데요, 소위 보도용 ‘그림 만들기’에 꽤나 신경을 씁니다. 이날은 부산선관위의 바다 위 퍼포먼스가 가장 시선을 끌었습니다.

■4월 9일

·<양손 번쩍 승리 자신>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류삼영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 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서 김은혜·안철수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연합뉴스

역시나 총선 사진을 써야하는데 마감시간 가깝도록 뭘 써야할까 감이 안 왔습니다. 여야 대표들의 유세사진들이 무수히 마감됐지만 ‘1면에 쓰고 싶다’ 할 정도의 사진은 안 보였습니다. 눈 밝은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선거 사진은 대체로 거대 여야 대표들 중심으로 ‘기계적인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논조는 기울지언정 눈에 쉽게 읽히는 사진은 한쪽이 기울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지요. 표정이나 시선, 동작까지 살핍니다. 한쪽이 근사한 사진이 있어도 다른 한쪽이 없으면 쓸 수 없습니다. 그 많은 사진 중에 고르고 골라 겨우 맞춰 1면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밋밋하지만 최선이었습니다.

■4월 10일

<그래서 투표하러 갑니다> 경향신문은 5~6일 사전투표소를 다녀왔거나 10일 투표소로 향할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투표의 명분은 달라도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미래’라는 희망은 같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유세현장에서 포착한 시민들의 모습을 모았다. 경향신문 사진부

총선 당일인 10일 아침에 받아보는 신문 1면에는 무엇을 쓸 것인가. 모든 신문사들이 예민하게 고민합니다. 독자들이 전 신문들을 모아놓고 비교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평소와 다른 조금은 특별한 지면을 만들고자 하는 겁니다. 소위 ‘업자들만의 리그’인 거죠. 편집국 전체 부서장 회의까지 열어 1면 기사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몇 아이템이 탈락하고, ‘유권자들이 ‘그래도’ ‘그래서’ 투표장에 간다’는 목소리를 담기로 했습니다. 자, 그럼 사진은요. 머릿속에 퍼뜩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새로운 건 아닙니다만,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유세 취재 중 찍힌 사진 속 유권자들의 얼굴을 ‘한 땀 한 땀’ 잘라내 400여명을 만들었습니다. 얼굴을 내어준 시민들게 감사드립니다.

■4월 11일

<승리 예감한 악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왼쪽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참패로 감은 눈>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공동 선대위원장·유일호 민생경제특위 위원장이 10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성동훈 기자

총선 투표가 끝나는 동시에 발표되는 방송사들의 출구조사를 긴장하며 기다립니다. 카운트다운 숫자에 심장이 뜁니다. 사진기자가 초조한 이유는 다음날 1면에 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사진이 발표와 동시에 포착되기 때문입니다.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떴습니다. 각 정당의 선거상황실에서 플레시 세례가 한참이나 이어졌을 테지요. 결과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대비되는 여야 수장의 표정이 투표 이튿날 11일자의 빼도박도 못하는 1면입니다. 나란히 쓴 여야 선거 지도부의 사진 위로 굵은 글씨체의 제목이 ‘꽝’하고 박혔습니다. <“남은 3년 바꿔라” 민심 폭발>

■4월 12일

<엇갈린 명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튿날인 11일 서울 여이도 중앙당에서 열린 마지막 선거대책위 회의 겸 해단식에 웃음을 띤 채 입장하고 있다. (왼쪽 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침울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문재원 기자

총선이 끝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해 거대 야당이 됐고, 국민의힘은 개헌·탄핵 저지선(100석)을 겨우 넘은 108석에 그쳤습니다. 선거 다음날은 각 정당의 선거대책위 해단식이 줄줄이 열립니다. 전날 출구조사 발표에 이어 한 차례 더 선거결과에 대한 희비가 드러납니다. 1면 사진은 이미 그 안에 있습니다. 잔인하지만 희비가 극명하게 드러날수록 사진은 힘을 얻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우 전날부터 이날까지 내내 표정관리를 했지요. 크게 웃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사진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쁨이 쉽게 가려질 수 있나요. 이 대표가 해단식장으로 입장하는 동안 잠시 활짝 웃었습니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는 그 찰나를 기다립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총선 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입장을 밝혔습니다. 클로즈업 된 두 대표의 엇갈린 표정이 1면 사진을 장식했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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