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김지원, '눈물의 여왕'으로 다시 만난 '인생캐' [N초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김수현과 김지원이 '눈물의 여왕'을 통해 '인생캐'를 새롭게 경신하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장영우, 김희원)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이자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위기 속 다시 시작되는 부부의 사랑'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 재벌가의 암투,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적절하게 녹여낸 극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중이다.
덕분에 '눈물의 여왕'의 인기는 고공행진이다. 5.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4회 만에 13%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7일 방송된 10회는 1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또한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4월 1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눈물의 여왕'이 5주 연속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자 부문에서는 타이틀롤을 맡은 김지원이 1위에 올랐다.
'눈물의 여왕'의 인기에는 흥미진진한 극 전개가 큰 역할을 하지만, 이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호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두 주연 배우 김수현과 김지원은 자칫 평범하게 비칠 수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력으로 매력 있게 살려내며 극을 힘 있게 이끌어간다.
김수현은 혹독한 재벌가 처가살이에 '탈출'을 꿈꾸지만, 불치병에 걸린 아내와 함께하며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는 백현우를 연기한다. 백현우는 아내의 시한부 소식을 알게 된 뒤에도 크게 슬퍼하지 않으며 '안전 이별'을 꿈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처가댁 뒤치다꺼리에 지쳐 묻어뒀던 홍해인에 대한 진심을 깨닫게 된다. 이후 아내에게 사랑을 베풀지만 결국 이혼을 고려했었다는 사실을 홍해인에게 들키면서 부부는 멀어지고, 백현우는 본인의 행동을 후회하면서도 여전히 홍해인을 챙긴다.
극 초반에는 백현우의 감정선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아무리 '처월드'에서 수모를 겪는 재벌가 사위라지만, 아내의 시한부 판정이라는 슬픈 소식을 들었음에도 '벗어날 수 있다'며 기뻐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갸우뚱하게 했다. 이에 백현우를 연기하는 김수현에게는 향후 캐릭터의 감정선을 납득시키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그럼에도 김수현은 서두르지 않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홍해인과 함께하며 달라지는 백현우의 세밀한 감정 변화를 조금씩 보여주며 보는 이들이 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병으로 인해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고, 알게 모르게 자신을 의지하는 홍해인을 보면서 때론 울컥하고 때론 슬퍼한 백현우라 아내를 돌보기 위해 독일까지 날아가고, '빌런'을 자처해서라도 홍해인의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자 하는 그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닿을 수 있었다. 김수현은 디테일한 연기 덕에 백현우는 다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앞서 드라마 '드림하이' 송삼동, '해를 품은 달'의 이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강태를 연기하며 멜로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연기를 소화했던 김수현은 '눈물의 여왕'에서 그동안 쌓아 올린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며 매력을 극대화했다. 덕분에 '눈물의 여왕' 백현우는 그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됐다.
'로코 베테랑'이자 타이틀롤인 김지원의 연기도 만만치 않다. 홍해인은 재벌가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듯 보이지만, 남모를 상처가 있는 인물.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오빠를 잃고 어머니에게 원망을 들으며 살아온 그는 따뜻한 성정의 백현우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하지만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 남편과도 데면데면해지고, 표현에 서툰 홍해인은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해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이후 불치병에 걸린 뒤 자신을 챙기는 남편을 보고 감동하지만, 백현우가 이혼을 결심했었단 사실을 알고 큰 배신감을 느낀다.
극 중 홍해인은 고고해 보이지만 연약한 면이 있고, 겉으로는 차가운 듯하나 남에게 온정을 베풀 줄 아는 따뜻함을 가졌다. 백현우 앞에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입체적인 인물이기에 그만큼 섬세한 감정선을 잘 표현해야 매력이 극대화되는 캐릭터. 더군다나 작품 내내 진지한 연기와 멜로, 코미디를 다 보여줘야 하기에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게 소화해야 하는 부분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김지원은 이 어려운 걸 해낸다. 불치병 진단을 받고 절망하다가도 자신을 위하는 남편을 보고 위로받고, 투정 부리는 동생의 뒤통수를 치는 '현실 누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홍해인이 극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건 김지원이라 가능했다. 극에서 김지원은 표정과 눈빛과 목소리까지 홍해인에 완벽히 동화돼, 인물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하고 몰입을 돕는다.
'상속자들' 유라헬로 도도하고 까칠한 매력을 발산하고, '태양의 후예'의 윤명주로 절절한 멜로를 보여주고,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로 사랑스러움의 절정을 찍고, '나의 해방일지' 염미정으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에서 인정받았던 김지원은 매력적인 캐릭터 홍해인을 만나 시너지를 발산한다. 덕분에 홍해인이 그에게도 의미 있는 역으로 남게 됐음은 물론이다.
십수년간 다양한 역을 맡으며 차분하게 내실을 다져온 김수현과 김지원은 '눈물의 여왕'을 만나 만개했다. 현재 '눈물의 여왕'은 6회를 남겨둔 상황. 극의 클라이맥스가 될 후반부에서 두 사람이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리게 될지, '인생캐'의 탄생을 넘어 '눈물의 여왕'이 두 사람의 '인생작'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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