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닳도록 아픔 참다간 “간단한 치료로 지킬 관절, 수술까지 갑니다”

김태훈 기자 2024. 4.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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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전문가’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인터뷰

평생을 함께하는 인체의 관절 중에서도 무릎은 특히 오랜 세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부위다. 무릎에 생긴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닳아버린 연골 때문에 붓고 삐걱거리며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유발한다. 기계의 부품이 낡고 녹슬면 교체하듯 무릎 관절도 튼튼한 인공관절로 바꿀 수는 있다. 다만 간단한 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기만 해도 건강한 자신의 무릎을 더 오래 쓸 수 있어 굳이 관절을 바꿔끼우는 대수술에 의존할 필요성은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절 전문병원인 바른세상병원의 서동원 원장도 이런 견해를 펴는 대표적인 무릎 전문가다. 서 원장을 지난 2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병원에서 만나 무릎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와 예방 등에 관해 들어봤다.

-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란 질환을 쉽게 설명해준다면.

“퇴행성 관절염은 평소에 멀쩡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무릎 연골이 서서히 다 닳아서 뼈가 노출될 정도까지 진행할 수 있다. 나는 과거 붕괴 사고가 있었던 성수대교를 예로 들어 자주 설명한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전 화물차나 버스가 지나다니면서 덜컹거리고 뭔가 소리가 났을 텐데, 그때 알았으면 튼튼하게 보강을 해서 오래 쓰는 다리가 됐을 것이다. 무릎 관절 역시 증상을 보이는 초기에 미리미리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데도 다리가 무너진 상태의 퇴행성 관절염 말기까지 방치하면 통증도 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나 신체조건이 있는지.

“퇴행성 관절염이 오는 대표적 원인은 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먼저 O자 다리는 체중이 더 많이 실리는 탓에 무릎 안쪽 연골이 더 빨리 닳아버리게 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십자인대가 파열됐을 때도 무릎 관절이 불안정해지면서 이차적으로 연골판이라는 물렁뼈가 찢어지고 물이 차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 말기 관절염까지 진행한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많이 하거나 앉았다 일어섰다를 무리하게 많이 반복해야 하는 직업이 있는 사람들도 무릎 앞쪽에 있는 뚜껑뼈(슬개골)가 어긋나면서 연골이 지속적으로 손상되기 쉽다.”

앉았다 섰다 반복하는 일 많거나
O자 다리·십자인대 파열 때 손상
초기엔 붓고 물이 차는 증상 보여
히알루론산 주사·내시경 치료 가능
인공관절 수명은 길어야 ‘20년’
60대까지는 ‘비수술 치료’ 권장

- 그런 상황에서 관절염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초기에 구조적인 변화를 찾아서 바로잡아야 한다. O자 다리가 있으면 절골술을 통해 휜 다리를 교정해서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이 안 되게 할 수 있다. 파열된 인대도 재건해서 만들어 넣으면 되고, 연골판이 찢어졌으면 꿰매주면 된다. 뚜껑뼈가 어긋났으면 그렇게 유발하는 자세를 교정하고 어긋나지 않게 보호대를 착용하면 된다.”

- 수술까지 갈 필요가 없는 초기에 받는 치료로는 어떤 것이 있나.

“초기에는 무릎이 자꾸 붓고 물이 차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관절 내막인 활액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윤활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계속 관절을 쓰면 연골끼리 더욱 심하게 마찰해 마모가 빨라진다. 윤활 기능을 높이는 히알루론산 성분의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으면 나이 들면서 떨어지는 무릎 관절의 기능을 회복시켜주고 관절염 진행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연골이 닳고 부스러지면서 나온 작은 연골 조각들은 내시경으로 깨끗이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주사나 내시경 치료로 고칠 수 있는 질환인데도, 어르신들은 좀 아팠다가 안 아팠다 하니 웬만하면 그냥 버틴다. 그런데 그렇게 방치하면 결국 말기로 가서 인공관절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현실에선 인공관절 수술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주사 놔주고 내시경으로 관절 내부 씻어주는 것만으로는 수가가 별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구조적인 변화를 막는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전방 십자인대 재건만 해도 재건을 잘해놓으면 말기 관절염으로 가는 걸 막을 수가 있다.”

- 최근의 의료공백 때문에 대형병원에 몰리던 환자들이 관절 전문병원으로 오면 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할까.

“의료전달체계가 잘 돌아갔다면 이전부터 중간급 병원들이 초기 치료를 적극적으로 잘할 수 있게끔 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건강보험 재정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현재의 의료대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정부가 전문병원 제도를 만들기만 하고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관절만 해도 어깨나 무릎, 팔꿈치 등 분야별 전문으로 각각 전담해서 진료하는 우리 같은 전문병원이 잘 알려졌다면 굳이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는 대형병원을 찾을 이유도 크게 줄어든다.”

- 조기 치료가 된다면 좋지만 때를 놓쳐 어쩔 수 없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도 많지 않나.

“이미 말기까지 갔다면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지만 미리 치료를 안 한 탓에 수술할 상태가 돼버리면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 손해 아니겠나. 최근 진료한 한 60대 환자에게도 아직은 인공관절 수술은 좀 이르다고 얘기했다. 인공관절도 수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분이 어차피 수술을 받긴 해야겠지만 인공관절이 길게 가야 20년까지 쓰는데, 60대에 교체하면 80대 고령이 돼서 재수술해야 하니 부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완치는 안 돼도 관절에 나타나는 부종과 통증 같은 급한 불은 내가 꺼드릴 테니 한 5년쯤 뒤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평생 한 번의 수술만 받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적의 시기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는 결론으로 들린다.

“나는 60대까지는 어떻게든 수술 없이 무릎의 기능을 살려보려 노력하고, 70대가 됐다면 그땐 어지간해선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70대에 인공관절로 바꿔서 잘 걸어다니게 되면 100세까지 잘 걸어다닐 가능성도 커진다. 잘 걸어야 골밀도는 물론 근육도 유지되고 치매 위험도 줄어든다.”

- 젊더라도 예방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을지.

“요즘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분들이 늘었다. 40대 이상이라면 똑바로 선 자세로 자신의 다리를 거울로 비춰보기를 권한다. 양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라면 무릎이 휜 것이기 때문에 5㎞ 정도 달리는 건 괜찮아도 풀코스 마라톤을 계속할 땐 무릎 연골이 다 없어질 수 있다. 연골에는 통증을 느끼는 세포가 없어서 닳고 있어도 모르는데, 그 조금씩 닳은 연골 가루가 면역반응을 불러 염증을 일으키고 무릎에 물이 차게 하는 것이다. 또 축구 같은 운동을 하다 무릎을 심하게 다친 경험이 있어도 유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있는 분들은 자전거나 수영처럼 관절에 충격과 마모가 덜한 운동을 하거나 근력운동으로 대신하는 게 낫고, 정 하고 싶다면 전문의의 정밀 진료를 받은 다음 판단해야 한다.”

- 무릎 관절 전문가로서 앞으로 더 개발하고 싶은 치료법은 있는지.

“내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지 않고 치료제 주사만으로 완치되는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그러려면 연골을 재생해야 한다. 자신의 연골을 이식하는 건 결국 이쪽 벽돌을 빼서 저쪽을 채우는 식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연골세포를 배양해 이식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 연골재생연구소에서 지난해 13억원이 넘는 정부의 연구 지원금도 탔는데, 연구가 더 진척되면 상용화까지 진행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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