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51개 기업 기후위기 대처 점검해보니...“한전, 최하위 수준”

이정아 기자 2024. 4.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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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 분석 결과
'2024년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노력이 '최하 등급'으로 매겨졌다. 사진은 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 전경./뉴스1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기업들이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목표가 모호하며 이를 성취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한국 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전체 분석 대상 51개 기업 중 ‘최저 등급’을 차지했다. 탄소 감축 목표와 실행 방안이 효율적이지 않고,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다는 것이 최저 등급을 받은 이유다. 삼성전자도 애플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탄소 감축 목표를 낮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비영리 연구기관인 뉴클라이밋연구소(NewClimate Institute)는 9일(현지 시각) 삼성전자와 한전 등 한국 기업 2곳을 포함해 아디다스와 다논, 나이키, 애플, 구글, 벤츠 등 전 세계 51개 기업의 탄소 감축 노력에 대해 분석한 ‘2024년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CCRM)’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연구소는 2022년부터 글로벌 기업이 얼마나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를 보고서로 내고 있다. 올해 분석 대상 기업 51곳 가운데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한전이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51개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탄소 감축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시대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이상 줄여야 한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평균 3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기업 가운데 밀키웨이로 유명한 식품기업인 마즈와 의류기업인 H&M, 에넬, 전력 유틸리티 기업인 이베르드롤라는 탄소 감축에 대해 비교적 높은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2030년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50~65% 이상 감축할 계획이다. 반면 JBS와 월마트, 삼성전자는 10% 이하로 목표를 낮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기업의 ‘배출량 공개’와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 ‘배출량 감축 목표 실행’, ‘책임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분석 대상인 51개 기업 중 20곳을 세부 분석됐다. 정보가 얼마나 자세히 공개돼 있는지 투명성, 목표와 전략을 얼마만큼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완결성도 평가했다.

한전은 이 세부 분석에서 종합 평가에서 최하위(very poor) 등급을 받았다. 한전은 ‘배출량 공개’ 항목에서 투명성과 완결성 모두 하위(poor) 등급을 받았다.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에서는 투명성 하위, 완결성 최하위 등급이었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실행하는 여부’에 대해서는 투명성 하위 등급과 완결성 최하의 등급을 받았고, ‘이에 대한 책임’에서는 모두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한전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전의 이런 목표 설정이 실제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전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화력발전소를 신설하는 데 적극 참여하는 점, 2030년까지 해외 화력발전 사업을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평가에 악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부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해 CCRM 보고서에서는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당시 상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사업장에서의 전력 사용 등 간접 배출이 원인으로 꼽혔다.

'2024년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 보고서에서 한전을 세부 평가한 결과 페이지. 항목별로 주황색은 하위 등급, 빨간색은 최하 등급을 나타낸다./보고서 캡처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스스로 탄소 감축에 대한 노력은 하지만 납품 업체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패션 기업 H&M은 소매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공장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식품 기업 네슬레는 본사 공장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계획했지만, 정작 재료를 공급하는 농장들은 감축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여야 하는데도 글로벌 기업들이 장기적인 기후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전력기업인 이베르드롤라, 프랑스의 엔지, 미국의 듀크 에너지는 석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스·화력 발전소를 닫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자동차 제조회사인 스텔란티스와 도요타, 폭스바겐은 모두 전기차 생산을 늘릴 계획이지만, 기존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나선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 중립에 대해 자체적으로 객관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평가한 기업 가운데 자신의 사업이나 제품이 탄소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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