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면 올스톱’ 법 구멍에 서울 버스기사 월급 500만원 넘었다
준공영제 도입 2004년 평균 월급은 257만원
20년 만에 523만원으로 100% 인상
2008년 300만원, 2017년 400만원, 2024년 500만원 돌파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최근 11시간 동안 파업을 벌여 17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 인상률을 얻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기사 1인당 평균 월급도 500만원을 돌파했다. 지하철과 달리 시내버스는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도로에 아예 버스가 다니지 않게 되는 법의 맹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는 정부에 법 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13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김종길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이번 임금 인상으로 1인당 523만원(평균 근속연수 8.43년 기준)의 월급을 받게 됐다. 지난해(496만원)보다 5.4% 오른 금액이다.
앞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금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28일 오전 4시부터 총파업을 벌였다. 노사는 파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교섭을 이어가 11시간 만에 임금 4.48% 인상과 명절수당 65만원 지급에 합의했고,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 명목 임금 인상률은 4.48%지만 각종 수당을 더하면 실제 임금은 5.4% 올랐다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 월급은 준공영제 도입 후 임금은 매년 1~5%씩 꾸준히 올라 20년 만에 월급이 두 배 수준으로 인상됐다. 준공영제가 도입된 2004년에는 257만원이었다. 2008년(305만원)에는 300만원을 넘었고, 2017년에는 400만원을 돌파했다. 임금 인상률은 2007년 5.9%로 가장 높았고, 올해 두 번째로 높은 5.4% 인상률을 기록하며 400만원선 돌파 7년 만에 500만원선도 넘게 됐다.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20년 간 운전기사 월 평균 임금은 103.3% 올랐다. 연 평균 인상률은 3.6%다. 이명박 시장 재임 기간(2004~2005년)에 4.8% 올랐고, 오세훈 1기(2006~2011년)와 2기(2021~2024년) 모두 연 평균 인상률 3.8%를 기록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2012~2020년) 연 평균 인상률은 3.3%다.
서울 버스기사의 임금은 전국 주요 광역시보다 높은 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 평균 월급은 인천보다 4.8%, 부산보다 7.1%, 울산보다 7.4%, 광주보다 7.8% 대구보다 10%, 대전보다 14.9% 높다.
그럼에도 버스 운전기사들이 서울시에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볼모로 잡을 수 있어서다. 철도, 도시철도, 항공운수, 병원 등 11개 사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하철은 이 법에 따라 노조가 파업을 벌이더라도 최소한의 운행을 해야 하지만 버스는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벌인 지난달 28일 11시간 동안 95%가 넘는 버스가 멈춰 섰다. 서울시가 버스 업체 적자를 보전해주는 대신 시내버스 공공성을 유지하는 게 준공영제인데,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역에서도 버스가 파업을 벌여 시민들의 이동권이 침해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 소속 전주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지난달 21일, 25일, 27일 세 차례에 걸쳐 부분 파업을 벌였다. 울산 시내버스 노조도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28일 총파업을 벌여 시민들의 발이 묶일 뻔했으나 교섭을 이어가 ‘올스톱’은 면했다.
서울시는 지하철처럼 버스도 노조 파업 시 최소한의 운행이 보장되도록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하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시의회와 함께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노조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길 의원은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벌이더라도 최소한의 버스는 운행하도록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는 개정안을 시의회에 발의했다. 김 의원은 “시내버스는 1997년 노조법 제정 당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었지만 국회 무관심 속에 2000년 일몰(日沒)되어 지정 해제됐다”며 “다시 노조의 일방적 파업으로 시민의 발이 묶이는 일이 없도록 국회는 법 개정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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