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여당참패' 총선에 전열 재정비…의정대화 언제?
의대교수들 헌법소원 준비 중
전공의들 복지차관 고소예고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온 의료계가 제22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된 후 숨고르기 속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대교수 단체, 전공의들은 총선 결과를 내세워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면서도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은 총선 후 '합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전공의 측과 의견 조율이 필요한 데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의협 비대위 운영 방향에 이견을 보인 상태여서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브리핑을 갖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들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달라"고 밝혔다. 또 "한자리에 모여 발표를 하는 게 모양새는 좋겠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잘 진행이 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충분히 다양한 형태로 같은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내부의 교통 정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임 당선인은 최근 의협 비대위의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본인의 뜻과 달랐다며 비대위원장직을 넘겨줄 것을 요청했고, 비대위는 활동 기간으로 예정된 이달 말까지 기존 김택우 비대위원장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교수들은 사직서 제출과 주 52시간 단축 진료에 이어 의대 증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적 대응과 조직 정비에 분주하다.
전국 39개 의대 교수들이 참여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1일 총선 결과에 대해 "정부의 독단과 독선, 불통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최근 각 대학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을 무효로 하기 위한 행정 소송을 제기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전달했다. 다음주 초까지 총장들의 의견을 취합한 후 총장들이 나서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20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1일 새 비대위원장으로 최창민 울산대 의대 교수를 선출한 데 이어 전날 온라인 총회를 열고 전공의, 의대 교수, 의대생 등 의사단체들과 한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다.
전의비는 "지난 11일 전의교협 성명서에 발표된 의대 증원 중단 촉구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면서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의료계의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주무부처 관료를 상대로 집단고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 1325명은 오는 15일 오전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서울 용산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해당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 강행에 따른 각종 정책의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계약을 포기한 전공의들을 향해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이후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보낸 뒤 의견 제출 기한이 지난 전공의들을 상대로 면허정지 처분을 밟겠다고 밝혔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전체의 90% 이상인 1만여 명에 달한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안을 제안해 달라"고 의료계에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당장 '통일된 안'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대화 테이블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대생, 전공의, 의대교수, 개원의, 일반 병원 경영자, 대형병원 경영자 등으로 의사 집단이 다양한 데다 각자 처한 입장도 달라서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국회가 중재에 나서 전공의, 의대생, 의협, 의대교수, 정부, 환자 등이 고루 들어가는 협의체를 꾸려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의대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가 없어 원점에서 재논의해 숫자를 도출해야 한다"면서 "인구추계, 진료량, 현재 의료제도를 유지할 것이냐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의대 증원 규모는)굉장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녹아 들어간 후 어떤 결론이 나면 받아들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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