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뇌, 행운의 미스트… 가상 제품서 위로받는 中 청년들
소비 폭발에 ‘감정 경제’ 단어 등장
치열한 입시·취업에 소비도 변화
“아인슈타인의 뇌, 사기만 하면 자동으로 똑똑해집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우리의 모토는 ‘지성이면 감천(心诚则灵)’. 한번 시도해 보세요. 시험 등을 보기 전 최소 이틀 전에는 구매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단 영어 관련 시험에는 사용하지 마세요. 아인슈타인은 영어에 약했거든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뇌’는 0.5위안(약 94원)짜리 가상 제품으로, 돈을 내도 상품을 받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폭발적이다. 현재까지 10만 개 이상이 팔렸고, 지난해 타오바오 10대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주 고객층이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사고 난 뒤 시험에서 60점 합격선을 2점 넘겨 통과했다”, “뇌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인데도 사용 가능하다” 등의 장난 섞인 수많은 사용 후기도 올라와 있었다.
경제 둔화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에 지친 중국 청년들이 정서적 안정을 주는 가상 제품에 빠졌다. 가성비를 추구하며 소비를 최대한 절제하는 가운데서도 이같은 가상 제품에는 오히려 지갑을 열자 중국에서는 ‘감정 경제’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돈을 지불했음에도 실물 상품이 없는 만큼 사기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소비자 권익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공런일보는 “최근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다양한 가상 감성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 제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사기만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아인슈타인의 뇌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행운의 미스트’ 등 축복형부터, 판매자에게 미워하는 사람의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면 대신 괴롭혀 준다는 ‘가상 모기’ 등 오락형, 판매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영혼의 나무 옹이’와 같은 치유형 등이 있다.
이러한 상품을 사는 구매자 대부분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출생)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 취업 경쟁에 노출돼 있다. 중국 매체들은 가상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에서 긍정적 심리와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얻는다고 분석한다. 관젠 난카이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지는 요즘, 청년들은 가치관의 충돌로 혼란과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가상 감성 제품에서 심리적 편안함과 정서적 배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감성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감정 경제’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관 교수는 “현재 청년들의 소비 동향에서는 정서적 가치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상황”이라며 “청년들은 정서적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기업은 감성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펼치고 있다. 즉 수요 측과 공급 측이 함께 일궈가는 ‘감정 경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3년 청년 소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3%는 구매 결정 원인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들에게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가상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중국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천중윈 중국 정법대 교수는 “구매만 하면 아인슈타인의 뇌가 자동으로 몸에서 자라난다는 등의 설명은 누군가에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아직 분별력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의 경우 이를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고, 이 경우 허위 광고가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 징스법률사무소의 슝차오 변호사 역시 “가상 감성 제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판매자들이 브랜드,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판매자들이 무형의 정서적 가치를 제공해 큰 매출을 얻고 있는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환 시장분석가는 “가상 감성 제품 판매자들은 지능 향상 등의 효과를 진지하게 홍보해 소비자의 지불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동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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