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과 농가에 지급된 ‘농작물 재해보험금’ 두 배로… 정부 예산 지원도 ‘껑충’
정부가 순보험료 일부 지원·보험금은 농협서 지급
농작물 품목 매년 늘며 예산도 함께 증액
“가격 보장 정책보다 보험제도 확대 필요” 의견도
집중호우와 냉해로 직격탄을 맞은 사과 농가에 지난해 ‘농작물 재해보험’에서 지급된 돈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보험금은 농협손해보험이 지급한다.
정부는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비용의 일부를 예산으로 지원하는데, 매년 예산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농가 소득 보전에 너무 많은 예산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농업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 주는 정책보다 재해보험 등으로 농가의 ‘위험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농가에 지급된 보험금은 2339억원이었다. 전년(121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배 농가에 지급된 보험금 역시 전년(89억원)의 세 배가 넘는 335억원으로 뛰었다. 기후로 인한 피해가 커진 결과다.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면서 매년 농작물 재해보험에 포함되는 품목은 늘어나고 있다. 2001년 사과와 배를 시작으로 시작된 재해보험 대상 농작물은 올해 기준 73개까지 늘어났다.
전체 농가의 보험 가입률을 보면 사과 농가의 가입률이 89%로 가장 높다. 그만큼 사과 농사에 기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배 농가는 76.2%, 벼 농가는 61%, 콩 농가는 51.8% 가입했다. 지난해 기준 54만7000개 농가가 재해보험에 가입했다. 농사를 짓는 대상 면적 중 52%에 달하는 면적이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정부는 농작물 재해보험 순보험료의 절반을 농가에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농협에서도 일정 부분을 지원해 농가가 실제로 내는 보험료는 순보험료의 10% 수준이다. 책정된 보험료가 5만원이라면, 농가는 5000원만 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경상남도 밀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손모씨가 낸 보험료는 200만원 남짓이다. 전체 보험료 2090만원 중 국가 예산은 1050만원이 투입됐다. 경상남도와 밀양시에서도 보험료로 각각 210만원, 630만원을 지원했다. 손씨는 냉해 피해로 인한 수정 불량과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를 입었다. 손씨가 보험사를 통해 받은 보험금은 2921만원이다.
정부는 농가의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비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60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농식품부의 농작물 재해보험 예산은 2020년 3528억원에서 2022년 4078억원, 2024년 6025억원으로 늘어났다.
손해율은 연도별로 재해 여부에 연동된다. 태풍이 농가를 휩쓴 2019년에는 손해율이 186.2%에 달했지만, 기후가 안정된 2022년에는 65%였다. 지난해 손해율은 107.3%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잦은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농작물재해보험 보험금 지급과 직불금 확대 등으로 농가 소득은 늘어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호당 농가소득은 483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그러나 농작물 재해보험이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등 불확실성에 대응한 농업 경영 안정 장치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농산물 재해보험을 국내보다 더 활발하게 운영 중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130개 품목의 손실을 보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보험료의 38~80%까지 보조한다. 보장 수준이 낮거나 가입 단위가 작을수록 보험료 보조율이 낮게 적용된다.
우리나라와 기후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자연재해로 인한 수량 손실을 보상하는 농업공제와 농가 단위 수입을 보장하는 농영경영수입보험을 운영 중이다. 일본 정부는 농가의 보험료 50%를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자연재해 등으로 한 해의 수입이 기준 수입보다 9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감소분의 최대 90%까지 보상해 준다.
농업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제기된 쌀 의무 매입이나 가격 보장 정책보다 농가의 위험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보험제도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전공 교수는 “양곡관리법이나 농산물가격안정법 등으로 목표 가격을 세워놓고 지원하면 생산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보험을 통해 관리 능력을 길러주는 게 장기적으로 농가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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