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 스님 "인구 소멸 시대, 지방 사찰 불교유산 보존 관리 큰 문제"[이수지의 종교in]
비지정 문화유산 보존처리한 47점 공개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인구 소멸, 지방 소멸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지방 사찰입니다. 지방에 수천 년 세월 쌓아온 문화유산들을 가진 천년고찰이 많은데 그 유산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사찰에 있는 불상, 불화 등 성보를 후세에 잘 전할 수 있는 환경을 빨리 구축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위기감에 서봉 스님은 올해 첫 특별기획전으로 '수보회향(修補廻向), 다시 태어난 성보'를 마련했다.
지난 4일부터 오는 6월30일까지 박물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멸실 위기에서 다시 태어난 불교문화유산 35건 47점을 선보인다. 이들 유물은 국가·시도 지정 문화유산이 아닌 비지정 문화유산이다. 문화유산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 사업 시행 10년 주년을 기념해 보존 처리된 작품이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지난 2014년부터 문화재청과 성보박물관 실태조사를 통해 보존 상태 관리가 시급한 비지정 문화유산의 보존처리를 시행하고 있다.
서봉스님은 "다량소장처 역량과 유물의 안정적인 보존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들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 훼손이 심했던 성보의 보존처리사업은 시기를 놓치면 가치를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의미있게 이 사업을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보존처리 사업의 중요성뿐 아니라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해당 불교문화유산을 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그 가치를 후대에까지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 대표작 용주사 감로도를 비롯해 송광사 불조전 오십삼불도, 송광사 응진당 석가모니후불도, 용문사 목조지장보살좌상은 이번 사업을 통해 그 가치가 재발견된 불교문화유산이다.
불교중앙박물관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설립해 지난 2007년 개관한 박물관으로 박물관은 전국 사찰에 소재한 성보박물관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각 사찰에서 보관하기 힘든 성보문화재를 보존·관리하고, 이를 토대로 불교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종단 내 성보박물관들의 운영 지원과 다양한 성보문화재 보존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봉 스님은 지방에 있는 성보박물관들을 잇는 네트워킹 역할을 불교중앙박물관의 강점으로 꼽았다. "전국성보박물관 협회에 회원 기관이 다수가 있는데 그 많은 성보박물관의 센터 역할을 우리 박물관이 하고 있다"며 "이런 특별전이나 상설 전시를 할 때 전국 교구 본사 25곳과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박물관은 자체 소장품이 많은 일반 박물관과 같이 전시를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조계종 전국성보박물관협회는 불교문화유산의 효율적 보존과 불교문화 발전을 위해 지난 2015년 발족했다. 협회는 성보박물관 활성화, 전국 성보박물관 간의 교류, 성보박물관 보호와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단, 불교중앙박물관은 약 20년 전 지어진 건물이라 층고가 높지 않아 대형 불화 전시에는 한계가 있다. 박물관 내 보존처리 시설도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서봉 스님은 "이번 기획전에 전시된 성보 가운데에는 규모가 큰 불화가 많았는데 전시공간의 한계로 불화의 장엄함과 진면목을 충분히 살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차후 이런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라고 털어놓았다.
"제일 중요한 것이 보존처리 환경"이라며 "지금 20년이 되다 보니까 건물이 노후화 되고 있어 노후된 시설들을 잘 개보수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교문화유산 보존처리에는 예산, 시간, 경험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성보스님은 "전체 예산 중 보존처리 예산은 3억 5000만원 정도 되는데 1점 보존처리비가 8000만 원 내외에 들어야 한다”며 “1년에 보존처리된 문화유산 3~4점인데 파악된 비지정 문화유산 보존처리에 수십년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서봉 스님은 전국에 개방된 사찰들에 안치된 불교문화유산의 보존관리 시급성을 강조했다.
법당은 개방된 장소라서 불상이 안치된 자연환경으로 인해 보존관리의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온난화로 목제 불상이나 종이로 만들어진 불화는 병충해와 화재에 취약하다. 전적, 불상, 불화 같은 불교문화유산 보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돼요. 비지정 불교 문화유산이 만들어졌던 200년, 30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온난화로 보존 환경이 급속히 바뀌었어요, 국가유산의 경우 보존 처리가 잘되는 수장고에 보관하지만, 사찰 같은 경우 문화유산이 완전히 노출돼 있다는 점입니다. 비지정 문화유산도 보존 환경이 좋은 곳에서 전승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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