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최다' 관악구, 주민이 위기이웃 찾아낸다…1년새 320명 구출
통반장·공인중개사와 함께 위기가구 발굴
밀키트 제공, 가족 상담심리 등 맞춤형 지원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관악구 서원동의 8통장은 동네 순찰을 하던 중 현관 앞에 술병이 계속 쌓여있고, 집 밖 출입이 거의 없는 가구를 확인해 동 주민센터로 신고했다. 주민센터는 거주자인 A씨와 주거 급여 신청을 안내하고 한끼나눔 반찬을 지원했다. A씨는 꾸준한 상담을 통해 자신감과 건강을 회복하면서 직장에 다니게 됐다.
1인가구, 고독사, 사회적 고립 등이 증가하면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위기가구 발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 관악구 등에 따르면 관악구는 전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21년 59.9%, 2022년 61.3%, 2023년 61.6%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전체 가구 중 62%인 17만6841가구가 1인 가구다.
문제는 1인 취약 가구는 고립, 고독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관악구는 현재 1인 가구 중 4230명을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2022년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고독사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전국 평균 약 8.8%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였다. 하루 평균 9.3명이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대도 고령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 청년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이에 관악구는 지난해 12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가구 발굴과 지원을 위해 민관협력을 강화, 지역공동체의 협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위기가구 발굴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을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또 위기가구 상시발굴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내 다양한 인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관악의 특색에 맞게 위기가구 발굴에 나서고 있다.
먼저 동네를 잘 알고 있는 약 3900명의 통반장과 함께 매월 25일 '주민이 주민을 살피는 날, 주주데이(day)'로 정했다. 정기적으로 동네 구석구석을 순찰하며 위기가구을 찾아내고 있다.
통반장들은 집 앞 우편함 등에 우편물, 배달 음료, 신문 등이 쌓여있는 가구를 점검하고, 위기가구로 의심되면 동 주민센터의 복지담당자에게 신고한다. 신고를 받은 담당자는 현장조사를 실시, 해당 가구의 복지 욕구를 파악해 1대 1 맞춤형 복지 서비스 연계하고 있다. 지난해 총 3558건의 순찰활동을 통해 320가구를 발굴해 203건을 지원 연계했다.
또 공인중개사와 손을 잡고 위기기구 발굴에 나섰다. 전·월세 계약 후 실거주는 하지만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악구의 '신통방통 복지플랫폼 사업'은 '신고해 주고 방법을 알려준다'는 의미로, 협약을 체결한 공인중개사가 전·월세 계약을 위한 상담 시 위기가구가 발견되는 경우 신고해 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해 기준 21가구를 발굴해 16건을 지원 연계했다.
아울러 공공주도의 단전·단수, 4대 보험 체납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과 주민등록 재등록자에 대해 복지상담을 실시해 복지 자원을 연계하는 등 위기가구 발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실태조사 범위를 기초생활수급 1인 가구 전체로 확대하고 6월까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동 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이 해당 가구를 직접 방문해 ▲건강 ▲주거 ▲사회적 고립 등 전반적 실태를 파악하고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고독사 예방사업 등에 연계하여 취약계층의 고독사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위기가구에 대한 주민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위기가구 발굴 신고자 포상금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구는 발굴에 그치지 않고 위기가구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사회 관계망이 취약한 독거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주 2회 밀키트·발효유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식습관 개선으로 건강관리를 해주고 있다.
또 고립가구의 관계망을 지원하는 고독사 고위험군 전담 돌봄 인력 '안녕살피미'를 올해 21명으로 확대 모집, 모든 동 주민센터에 배치했다.
주민과 공무원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우리동네 돌봄단'은 고독사 위험이 높은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전화로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다.
특히 구는 올해 새롭게 은둔·고립 성향의 사례관리 대상자 30명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별빛마실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함께 장을 보거나 요리를 하면서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감정 다스리기, 가족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원활한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기술 및 인공기능(AI)를 활용해 대상자별로 지원하고 있다. 중장년 1인 가구에게는 '똑똑 안부확인서비스(휴대전화 수발신 이력 확인 SOS긴급 호출)', 장애인 가구에는 '인공지능 반려로봇 차니(일정확인·정서 및 안전관리)', 치매 노인에게는'아리아(인지학습·정보습득·긴급SOS)', 침수취약 노인에게는 '키미(얼굴감지·말벗·재난상황 대비)' 등을 보급해 비대면 돌봄서비스를 하고 있다.
박준희 구청장은 "사회적 고립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첫걸음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웃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자원과 연계해 소외된 계층이 없는 행복한 관악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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