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패에 더 다가선 스토리..‘하산한 유격수’의 길은 결국 하나?[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산'에서 내려온 유격수는 결국 같은 길을 걷는 듯하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최근 뼈아픈 소식을 받아들었다.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의 부상이다. 스토리는 지난 4월 6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가 왼쪽 어깨 부상을 당했다.
좌측 어깨 관절와연 골절. 스토리는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마칠 것이 유력하다. 회복에 약 6개월이 소요될 전망. 정규시즌 내 복귀는 쉽지 않다. 보스턴이 포스트시즌에 오르고 가을 무대에서 합류한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실전 감각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즌 아웃이라고 봐야한다.
벌써 3년째다. 스토리는 3년 연속 큰 부상으로 장기결장하게 됐다. 2022년에는 오른손, 왼쪽 뒷꿈치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며 정규시즌 94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3시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약 4개월을 결장해 정규시즌 단 43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8경기만에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유력해졌다.
최근 3년 동안 스토리가 메이저리그에서 치른 경기는 단 145경기. 그리고 이 3년은 보스턴에서 보낸 시간의 전부다.
스토리는 2022시즌에 앞서 보스턴과 6년 1억4,0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었다. 당시 스토리를 비롯해 카를로스 코레아, 코리 시거, 마커스 세미엔 등이 시장에 나서며 '유격수 풍년'이었던 FA 시장에서 스토리도 높은 평가를 받고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스토리는 코레아, 시거, 세미엔 등과 나란히 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였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경쟁균형 A라운드 전체 45순위로 콜로라도 로키스에 지명된 1992년생 유격수 스토리는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해 어마어마한 인상을 남겼다.
빅리그 데뷔전이었던 2016년 개막전에서 잭 그레인키(당시 ARI)를 상대로 멀티홈런을 쏘아올리며 1900년 이후 최초로 개막전에서 데뷔해 2홈런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된 스토리는 데뷔 2,3번째 경기에서도 각각 홈런 1개씩을 기록해 빅리그 데뷔 첫 4안타가 모두 홈런인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데뷔 4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리며 역대 최초로 데뷔 첫 4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한 신인이 됐다.
'홈런 스토리'를 쓰며 데뷔한 스토리는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콜로라도 선수답게 엄청난 타격을 선보였다. 데뷔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9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7홈런, OPS 0.909를 기록하며 신인왕 4위에 오른 스토리는 2017시즌 잠시 주춤했지만 2018시즌 37홈런 OPS 0.914, 2019시즌 35홈런 OPS 0.917을 기록하며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21시즌까지 콜로라도에서 뛴 스토리는 6시즌 동안 745경기에 출전해 .272/.340/.523 158홈런 450타점 100도루를 기록했다. 삼진이 다소 많다는 것이 약점이었지만 정교함과 장타력, 빠른 발, 견고한 수비능력까지 갖춘 스토리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놀란 아레나도(현 STL)와 함께 콜로라도의 기둥이었던 스토리는 '전임자'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로 '록토버'의 주역 중 한 명이자 천재 유격수로 불리던 트로이 툴로위츠키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콜로라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툴로위츠키는 콜로라도에서 10시즌 동안 1,048경기에 출전해 .299/.371/.513 188홈런 657타점 55도루를 기록했다. 콜로라도에서 5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를 두 번씩 수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스토리는 툴로위츠키의 그 다음 행보까지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툴로위츠키는 2015시즌 도중 콜로라도를 떠나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고 로키산맥에서 '하산'한 뒤 예전의 강력함을 잃었다. 꾸준히 부상에도 시달린 툴로위츠키는 결국 왕년의 명성을 잃고 2019년 은퇴했다.
스토리 역시 쿠어스필드에서는 '산신령'으로 통했지만 산맥에서 내려온 뒤에는 매 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성적도 뚝 떨어졌다. 올시즌을 이대로 마쳐도 아직 3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지만 이미 30대에 접어든 스토리가 반전을 이뤄낼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스토리에게 6년 1억4,0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준 보스턴의 선택은 이미 '대실패'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로키산맥을 내려온 스타 유격수'의 행보는 전과 다르지 않았다.(자료사진=트레버 스토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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