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A 최고수비상' 김민재는 왜 토트넘 후보 다이어에 밀렸나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4.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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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탈리아 수비가 세계 최고아닌가. 그곳에서 최고 수비상을 받았다는게 대단한 것."

박지성과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파트리스 에브라는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데나치오(빗장수비)'로 일컬어지는 수비 축구, 전술 축구의 상징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최고 수비상을 최초의 아시아 선수.

그리고 1년만에 SSC나폴리로 옮길때 기록했던 1805만유로(약 265억원)의 이적료는 5000만유로(약 732억원)로 약 3배 올라 독일 최고 명문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화려하게 입성했다. 이 역시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고 이적료.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김민재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전반기 22경기나 뛰었지만 후반기 팀의 11경기 중 고작 5경기(12일까지)에 선발 출전하고 벤치를 지키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김민재를 밀어낸 것도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훗스퍼에서 '성적 부진의 원흉'으로 찍혀 벤치로 밀렸던 에릭 다이어(30)다.

왜 토트넘에서도 후보였던 다이어에게 이탈리아 최고 수비상을 받은 김민재가 밀린 것일까.

ⓒAFPBBNews = News1

▶화려함 속 폭탄을 안고 뛰었던 김민재

앞서 언급한대로 지난시즌 김민재는 대단했다.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적하며 커리어 첫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리고 입성하자마자 올해의 베스트일레븐, 최고 수비상, 그리고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33년만에 나폴리의 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영웅이 됐다.

그러나 김민재에겐 폭탄이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빅리그에서 뛰는데 중간에 생애 첫 월드컵 출전까지 했다. 여기에 팀의 사실상 전경기에 출전하며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3월 A매치 후 '국가대표 은퇴 해프닝'과 '손흥민과의 SNS 마찰'로 드러났다.

게다가 김민재는 시즌 종료 후 찾아온 달콤한 휴식기에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쉬어야할 때 제대로 쉬지도 못한 김민재는 훈련소에서 나오자마자 독일로 날아가 새시즌을 준비하다보니 몸상태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나폴리 우승 당시의 김민재. ⓒAFPBBNews = News1

▶과부하→경기력 저하→쉴 때 쉬지 못하는 상황의 반복

이렇게 100% 상태가 아닌데도 뮌헨에서 김민재는 무조건 뛰어줘야하는 선수였다. 중앙 수비 경쟁자가 될것이라고 봤던 마티아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는 잦은 부상으로 동시에 이탈하거나 한명이 돌아오면 한명이 이탈하는 일이 잦았다. 두 선수는 쉬거나 부상을 당해도 김민재는 무조건 뛰어줘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이 시즌 초반 뮌헨의 수비진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국내 언론에 김민재에 대한 혹사, 과부하는 큰 이슈였고 이러다 부상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을 받았다. 김민재 역시 과부하가 지속되다보니 경기력도 갈수록 저하됐고 순간 움직임이 둔해져 실점하는 상황도 발행했다. 자연스레 이런 상황을 고려치 않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휴식기동안 아시안컵에 참가하며 다른 선수들이 쉴 때 혼자 더 에너지 레벨이 높은 국제대회에서 혼신의 힘을 쏟았다.

결국 김민재는 지속된 과부하와 혹사, 이에 따른 컨디션과 경기력 저하, 남들은 쉴 때 쉬지 못하는 악의 순환이 지속됐다. 너무 잘하다보니 스스로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속된 것이다.

ⓒ연합뉴스 AP

▶뮌헨의 문제와 다이어

이런 김민재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 최강팀이자 11년 연속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뮌헨은 올시즌 무패우승에 도전하는 레버쿠젠으로 인해 리그 우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파리 생제르맹, 첼시 등을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선수기용과 전술 문제에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어 경질론이 득세하고 있다.

특히 요주아 키미히라는 세계적인 미드필더가 있음에도 약한 중앙 미드필드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입모아 '팀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의 호흡'이라고 말한다.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진을 일차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하면 공격수와 2선의 선수들이 스위칭하며 혼란을 주는 공격을 하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서 중앙 수비는 모든 포화를 맞게 된다.

김민재의 강점은 뛰어난 신체를 바탕으로 한 공중볼 경합, 거구지만 빠른발을 이용한 뒷공간 커버, 상대 공격수를 잡아먹을듯한 공격적인 전진 수비, 뛰어난 예측능력을 통한 패스 차단이 꼽힌다. 문제는 공격적인 수비성향으로 인해 나설때와 아닐때를 구분하지 못해 수비라인을 깨뜨린다는 것. 이는 김민재의 프로 초창기부터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문제인데 한국 대표팀에서는 경험이 많고 '지휘형' 수비수인 김영권과 함께하며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했었다.

하지만 뮌헨에서는 가뜩이나 중원이 약한 상황에서 수비진만이 오롯이 수비를 감당해야하는데 공격적 수비를 하는 김민재가 뚫렸을 때 그대로 실점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반면 토트넘에서 후보로 밀렸다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뮌헨으로 임대이적한 다이어의 장점은 수비 라인 지휘다. 투헬 감독도 "다이어는 아주 명확하게 플레이하고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조직력을 제공하는 선수"라며 다이어에 대해 칭찬하기도 했다.

다이어를 쓴다고해서 뮌헨이 명백히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12일까지 최근 3경기 1무2패에 11년만에 리그 우승 실패가 눈앞이며 챔피언스리그 역시 8강 1차전을 2-2로 마쳐 8강 탈락 위기다.

과연 투헬 감독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김민재 역시 그동안 혹사에 가까우리만치 많은 경기를 뛰어 쌓인 피로를 이번에 털어내고 다시 찾아올 기회를 위해 칼을 갈고 준비할 때다. 뮌헨의 향후 성적에 따라 투헬 감독이 아닌 새감독과 새시즌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때는 완벽한 몸상태와 단점을 보완한 모습으로 아시아 역사상 가장 성공한 수비수로 다시 돌아와야할 김민재다. 

ⓒ연합뉴스 AFP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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