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에 심기 불편한 중국…서열 3위 보내 북한 끌어안았다
중국이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필두로 한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 고위급 회담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 북한 관계에서 러시아 입지가 굳건해졌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과 수교 75주년을 맞았다면서 올해를 '친선의 해'로 정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축전을 교환했다. 축전에서 시 주석은 "전략적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고 두 나라 공동의 이익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했다"고 북중 관계를 평가했다. 김 총비서는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왕래를 긴밀히 하자"고 화답했다.
최 위원장과 회담에서 자오 위원장은 "올해를 기회로 삼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자"고 말했고, 최 위원장은 "양국 지도자 영도에 따라 친선의 해를 계기로 우호협력 관계를 부단히 발전 시켜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사람은 최근 국제·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자오 위원장은 13일까지 북한에 머무를 예정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소속 윤선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 진전이 중국에 당장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만약 러시아에서 군사기술을 전수받는다면 북한의 도발능력은 더욱 높아진다"며 "그렇게 된다면 중국이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러시아는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북한제 포탄과 러시아 위성발사 기술을 맞바꾸는 '거래'를 한 뒤 부쩍 가까워졌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해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물자생산을 위해 북한 노동자들을 차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연구원 포럼에서 내놓은 주장에 따르면 이 가능성은 현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기차역에서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인원 300명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FT 보도에 따르면 북한 선박들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석유를 공급받기 위해 정기 운항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는 것은 국제연합(UN·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런던 킹스칼리지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최근 몇 년을 통틀어 북·러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 밀접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시인홍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는 "자오 위원장의 직위는 외무장관 이상"이라며 "중국이 북·러 관계를 의식하고 있다"고 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현안에도 불구하고 중·러 관계는 북·러 관계보다 더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와 갈등을 빚을 일은 없다는 취지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중국이 앞으로도 북한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란코프 교수는 "중국이 주한미군과 직접 접하지 않으려면 한반도가 분단돼 있어야 한다"며 "북한 정권의 생존은 중국 국익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이제 김 총비서는 과거라면 두 번 고민할 것을 대담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는 핵 실험도 포함된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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