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직격탄···취업자 증가세, 3년 만에 최저 수준 '급감'
반도체 중심 제조업 낙수효과 한계
경력직 선호로 20대 취업 힘들고
40대도 신성장 산업서 진입 난항
건설 부진 속 고금리·저출생 지속
정부 "민간 중심 양질 일자리 강화"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내수 부진에 경비·청소노동자 등 사업시설관리업 종사자, 영업직 사원 같은 판매종사자 등이 크게 줄었고 청년층 취업자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제 허리’를 맡고 있는 40대 취업자 수는 2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내수 시장에는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약 28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만 3000명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2월(-47만 3000명) 이후 3년 1개월 만의 최저치다. 2월(32만 9000명)과 비교해도 반 토막 수준이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3만 1000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7월(-13만 8000명) 이후 최대다. 청년층은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한 45.9%로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취업자만 13만 1000명 감소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 감소 폭이 보건복지와 도소매, 교육 서비스 등에서 주로 확대됐다”며 “(청년층 취업자 수 감소는) 인구 감소 영향이 상당히 크며 고용 시장에서 경력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20대보다는 30대로 취업이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대도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7만 9000명 감소하며 21개월 연속 줄었다. 감소 폭도 1월(4만 2000명)과 2월(6만 2000명)보다 확대돼 2021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40대의 경우 지난달에는 보건복지 업종에서 감소가 컸다”며 “최근 성장하는 산업에 40대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2만 8000명 불어났지만 증가 폭 축소를 막지 못했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과 주요 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경비와 청소 노동자 등이 포함된 사업 시설 관리와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5만 1000명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도매 및 소매업 -1만 4000명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1만 4000명 △부동산업 -1만 9000명 △금융 및 보험업 -3만 2000명 △교육 서비스업 -3만 3000명 등 내수와 관련이 있는 산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7000명 늘면서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지만 이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외여행객이 많아진 영향이라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수출 경기 개선으로 전년 대비 제조업 취업자 수가 4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낙수 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소비 둔화가 내수 밀접 업종으로 확산하면서 고용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농산물 가격 급등과 유가 불안에 2월과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를 웃돌았다.
통계청은 “지난해 3월 취업자 수가 큰 폭 증가한 데 따른 기저 효과”라며 “농어업 취업자 감소는 이상기후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시장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내수 시장 회복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7만 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50대와 60대 이상의 취업이 증가를 이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며 “전반적인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져 (국민들이) 일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2024년 4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재화 소비 둔화, 건설 선행지표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기재부의 분석은 1월 그린북에서 “민간소비 둔화와 건설투자 부진이 우려된다”고 처음으로 언급한 후 4개월 연속 등장하고 있다. 기재부는 또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2분기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가 2058만 개인데 이 중 수출 경기와 밀접한 제조업 일자리 수는 4만 9000여 개에 불과하다”며 “제조업 일자리가 늘었다고 해서 다른 쪽까지 온기가 퍼져나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수출 경기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만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내수 경기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좋지 않은 경기에 ‘쉬었음’ 인구는 244만 6000명으로 3만 명 늘었다. 구직 단념자는 5만 2000명 늘어난 39만 1000명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내수가 급격히 좋아질 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내수 경기를 이끄는 건설 경기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6개월 뒤 건설 실적과 직결되는 건설 수주와 건축 허가 면적은 올해 2월을 기준으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4.1%, 33.4%씩 감소했다. 1월에 건설 수주가 39.6%, 건축 허가 면적이 15.3% 줄어든 데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2월 건설기성(건설투자) 규모도 전월 대비 1.9% 줄었고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계정의 건설투자 역시 전기 대비 4.5%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금리는 상승세다. 미 국채금리가 뜀박질을 하면서 올해 초 연 3.2% 수준이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 3.4% 선까지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도 당장은 어렵다. 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연기 가능성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 시기도 뒤로 밀린 상태다.
저출생도 변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중위 추계 기준 올해 3633만 명에서 △2025년 3591만 명 △2030년 3417만 명 △2040년 2903만 명 등으로 줄어든다. 기재부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지속 확산되고 있어 고용 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출·내수 회복과 경제 역동성 제고를 통한 민간 중심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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