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대'인 우리, 앞으로의 10년도 포기하지 않아요"
지난 10년간 시민사회 활동 돌아보고 앞으로의 다짐 나눠
"'세월호 세대'라고 불리는 우리는 참사가 반복되는 사회에서 앞으로 어떤 것을 시도할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청년 활동가들이 청년의 시선으로 지난 10년간 시민사회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2일 민달팽이유니온, 성북청년시민회,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8개 청년 시민사회 단체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계절의목소리에서 공개 간담회 '다시 쌓아 올릴 세상은 달라야 하기에'를 진행했다.
청년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속한 2030 청년세대는 세월호 참사라는 공통 경험을 공유한 '세월호 세대'라고 정의했다.
청년유니온 심순경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됐던 경험을 되새겼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심 활동가는 초등학생이었다. 단지 '언니, 오빠들이 안타깝게 희생된 사건'으로만 여겼던 생각은 중학교 2학년 시절 옆 반의 한 선생님이 주도했던 특별한 수업에 대해 전해들으며 바뀌기 시작했다.
"도덕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고 노란 리본을 만들었대요. 다 같이 옥상에 올라가서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노란 풍선을 날렸는데 그때 친구들이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그 표정에서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거에요."
이때 '다함께 애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는 심 활동가는 앞으로의 10년도 청년 세대가 사회적 참사에 대해 공적으로 애도할 수 있는 자리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는 또래 친구들에게 충분히 애도할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슬퍼하도록 놔두기는 했지만 참사의 구조적 실체에 대한 발언은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청년 세대가 더 많이 울고 기억하고 아파하는 자리가 주어져야 하고, 그걸 열어내는 것이 우리 (활동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세월호 세대는 청년기에 10·29 이태원 참사라는 또 다른 사회적 참사를 겪은 세대기도 하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에서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한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이상민 활동가는 지난해 사회적 참사 이후 이태원의 일상을 회복하자는 캠페인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을 진행했다. 그때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를 꺼렸다.
"분명 답답한 마음이 있는데도 내 말이 어떻게 해석될지 몰라 인터뷰를 두려워하셨어요. 우리는 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자기 경험을 온전히 이야기하지 못할까, 왜 우리는 자기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실패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진실 규명'을 놓고 지난 10년간 이루지 못한 목표에 대한 아쉬움과 성찰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년오픈플랫폼 Y 이주형 활동가는 "부끄러운 얘기부터 꺼내겠다"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성과를 살피거나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또 제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사참위) 조사 결과에 대해 심도 있게 챙겨보면서 스스로 질문하거나, 고민하거나, 의문을 갖거나,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의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마무리가 제 마지막 기억입니다."
다만 이 활동가는 "더 많은 진상 규명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진실을 찾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진실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시겠습니까"라고 되묻고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앞에 '부끄러운 기억'을 다시 살피는 데에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10주기가 지난 10년 동안 묻어둔 과거의 흔적, 한계와 실패의 기록들을 쫓아나는 시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간의) 실패와 한계를 인정할 때 새로운 10년을 좀 쌓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활동가들은 앞으로 10년 동안에도 사회적 활동을 통해 희망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상민 활동가는 '기억'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기억을 증언하고, 타인의 기억를 듣는 공동체가 지금 여기에 절실해요. 기억은 과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어요. 애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를 더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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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treasu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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