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대약진 이끈 '파랑새' 하영민 "등판할 때마다 계속 이겼으면…"
"난 토종 에이스 아냐, 투구 수 관리 신경 써야"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꼴찌 후보' 키움 히어로즈가 12일 롯데 자이언츠를 완파하고 3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이긴 해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반란이다. 개막 후 4연패를 당하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보란 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키움의 선전에는 찬스에 강한 타선, 쉽게 무너지지 않은 마운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절대 빠트릴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선발 투수 하영민(29)의 역투다.
하영민은 올 시즌 세 차례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겼다. 평균자책점 3.60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7을 기록하는 등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다. 선발 3승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다.
승리의 가치는 훨씬 크다. 키움이 개막 4연패를 끊고 첫 승을 거둘 수 있도록 발판을 놓았고, 메이저리그(MLB) 화려한 성적을 낸 '괴물'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선발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시즌 첫 3연전 스윕패 위기에 몰렸을 때도 마운드에 올라 팀을 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영민은 "내가 토종 에이스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또한 지금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든다"며 자신의 공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어 "물론 시즌 출발은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지만, 이것은 다 야수, 불펜 투수 등 동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가 열심히 공을 던지면 타자들이 화끈하게 점수를 뽑고, 불펜 투수들이 든든하게 막아내 팀이 승리할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을 향한 굳건한 믿음도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영민은 11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3-0으로 앞선 5회 최지훈에게 2점 홈런을 맞고 흔들렸다. 몸에 맞는 볼과 도루 허용, 포수 송구 실책까지 겹쳐 2사 3루의 동점 위기까지 있었지만 키움은 투구 수 100개를 넘긴 하영민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하영민은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전준표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하영민이 앞선 두 경기를 잘 던졌기 때문에 이기든 지든 끝까지 믿고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영민은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만큼 그에 보답하려 한다. 마운드에 있을 때는 꼭 막아야겠다는 각오로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키움은 오래전부터 하영민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다 먼저 지명한 선수가 하영민이었다.
하영민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그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주춤하던 그는 2022년과 2023년 불펜의 한 축을 맡아 반등했고, 올해 선발 한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하영민은 동료들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기도 하다. '한 턱 쏘라'는 선후배의 요청에 흔쾌히 지갑을 열어 커피를 잔뜩 샀다. 그는 "우리 선발 투수 중 내가 가장 많은 득점 지원을 받았다. 동료들 덕분에 내가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 고맙다"고 했다.
좋은 기운을 이어가기 위해 잘한 경기에 한해 집에 가서 꼼꼼하게 챙겨본다고. 지금까지는 등판한 3경기 중 2경기를 면밀하게 봤다. 그는 "잘한 경기를 다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잠을 자고 나면 상쾌해진다"며 웃었다.
좋은 출발을 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투구 수 관리부터 신경 써야 한다. 11일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무려 105개의 공을 던졌다.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은 투구 수였다.
하영민은 "타자와 대결할 때 3구 이내 결과를 만들려 한다. 잘 지켜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SSG전에서는 풀카운트 상황이 많았다. 반성을 많이 했다"며 "선발 투수로서 100구 넘게도 던지고 긴 이닝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투구 수를 관리한다면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닝보다 투구 수를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페이스만 유지하면 데뷔 첫 10승과 더불어 개인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영민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면서도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이 승수를 쌓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 승리보다 팀 승리가 훨씬 중요하다. 내가 등판할 때마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낸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등판 경기의 승률 80% 기록해도 좋을 것"이라고 웃었다.
키움은 매년 선수단의 변화가 큰 팀이다. 10년 이상 뛴 선수는 손에 꼽을 만한데, 하영민이 '터줏대감'으로 남아 있다. 그가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히어로즈맨'이라는 표현에 잘 어울린다는 말에 하영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야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ok195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바람난 아내 따귀 때렸더니,이혼 요구하며 문중 땅 절반 달라네요"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
- "마약 자수합니다" 횡설수설…김나정, 결국 경찰 고발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