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대약진 이끈 '파랑새' 하영민 "등판할 때마다 계속 이겼으면…"

이상철 기자 2024. 4.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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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 두 번 끊는 등 3경기 3승 ERA 3.60 활약
"난 토종 에이스 아냐, 투구 수 관리 신경 써야"
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의 경기에서 키움 선발 하영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4.4.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꼴찌 후보' 키움 히어로즈가 12일 롯데 자이언츠를 완파하고 3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이긴 해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반란이다. 개막 후 4연패를 당하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보란 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키움의 선전에는 찬스에 강한 타선, 쉽게 무너지지 않은 마운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절대 빠트릴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선발 투수 하영민(29)의 역투다.

하영민은 올 시즌 세 차례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겼다. 평균자책점 3.60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7을 기록하는 등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다. 선발 3승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다.

승리의 가치는 훨씬 크다. 키움이 개막 4연패를 끊고 첫 승을 거둘 수 있도록 발판을 놓았고, 메이저리그(MLB) 화려한 성적을 낸 '괴물'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선발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시즌 첫 3연전 스윕패 위기에 몰렸을 때도 마운드에 올라 팀을 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영민은 "내가 토종 에이스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또한 지금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든다"며 자신의 공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어 "물론 시즌 출발은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지만, 이것은 다 야수, 불펜 투수 등 동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가 열심히 공을 던지면 타자들이 화끈하게 점수를 뽑고, 불펜 투수들이 든든하게 막아내 팀이 승리할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을 향한 굳건한 믿음도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영민은 11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3-0으로 앞선 5회 최지훈에게 2점 홈런을 맞고 흔들렸다. 몸에 맞는 볼과 도루 허용, 포수 송구 실책까지 겹쳐 2사 3루의 동점 위기까지 있었지만 키움은 투구 수 100개를 넘긴 하영민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하영민은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의 경기에서 키움 선발 하영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4.4.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홍원기 키움 감독은 "전준표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하영민이 앞선 두 경기를 잘 던졌기 때문에 이기든 지든 끝까지 믿고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영민은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만큼 그에 보답하려 한다. 마운드에 있을 때는 꼭 막아야겠다는 각오로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키움은 오래전부터 하영민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다 먼저 지명한 선수가 하영민이었다.

하영민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그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주춤하던 그는 2022년과 2023년 불펜의 한 축을 맡아 반등했고, 올해 선발 한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하영민은 동료들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기도 하다. '한 턱 쏘라'는 선후배의 요청에 흔쾌히 지갑을 열어 커피를 잔뜩 샀다. 그는 "우리 선발 투수 중 내가 가장 많은 득점 지원을 받았다. 동료들 덕분에 내가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 고맙다"고 했다.

좋은 기운을 이어가기 위해 잘한 경기에 한해 집에 가서 꼼꼼하게 챙겨본다고. 지금까지는 등판한 3경기 중 2경기를 면밀하게 봤다. 그는 "잘한 경기를 다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잠을 자고 나면 상쾌해진다"며 웃었다.

좋은 출발을 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투구 수 관리부터 신경 써야 한다. 11일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무려 105개의 공을 던졌다.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은 투구 수였다.

하영민은 "타자와 대결할 때 3구 이내 결과를 만들려 한다. 잘 지켜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SSG전에서는 풀카운트 상황이 많았다. 반성을 많이 했다"며 "선발 투수로서 100구 넘게도 던지고 긴 이닝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투구 수를 관리한다면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닝보다 투구 수를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의 경기에서 키움 선발 하영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4.4.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 페이스만 유지하면 데뷔 첫 10승과 더불어 개인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영민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면서도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이 승수를 쌓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 승리보다 팀 승리가 훨씬 중요하다. 내가 등판할 때마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낸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등판 경기의 승률 80% 기록해도 좋을 것"이라고 웃었다.

키움은 매년 선수단의 변화가 큰 팀이다. 10년 이상 뛴 선수는 손에 꼽을 만한데, 하영민이 '터줏대감'으로 남아 있다. 그가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히어로즈맨'이라는 표현에 잘 어울린다는 말에 하영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야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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