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서 버린 꽁초, 잽싸게 주운 경찰…교수 부부 살해범 밝혀진 순간
종교 계파 갈등 끝에 생긴 참극…3명이 150만원 받고 살해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4년 전 오늘, 2010년 4월 13일 오후 충남 예산경찰서 수사과장은 J 씨(50), L 씨(38), S 씨(48) 등 3명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01년 10월 25일 일어난 은퇴 대학교수 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들로 첨단 과학수사 기법과 형사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영구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한 사건을 해결했기에 수사과장의 표정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 종교 계파 갈등, 150만원 받고 살해 실행…현장에 남은 건 머리카락 몇 점, 쪽지문뿐
살해당한 A 교수(당시 66세)는 모 종교단체 계파 지도자였다.
A 교수와 계파를 달리하던 J 씨 등은 A 교수가 자신들의 계파를 음해한다며 분개, 복수를 다짐했다.
J 씨는 이런 생각을 자신이 속한 계파 책임자 중 한명인 B 씨에게 전달하자 B 씨는 150만원과 함께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같은 신도인 S 씨를 소개했다. S 씨는 2명으로 일을 처리하기엔 벅차다며 L 씨를 끌어들였다.
이들은 교단 내부에서 비교적 얼굴이 덜 알려진 L 씨가 A 교수를 집 밖으로 불러내면 승용차로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남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버리자고 계획, 2001년 10월 25일 오후 6시 무렵 실행에 들어갔다.
A 교수 집에 찾아간 L 씨는 인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뒤 '밖으로 나가 저녁이나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하자'고 제의했으나 A 교수가 응하지 않자 대기 중이던 2명을 불러들였다.
저녁 7시 30분쯤 집에 들어온 J, S 씨는 L 씨와 함께 둔기와 주먹으로 때려 교수를 기절시킨 뒤 차에 태우려 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교수의 부인(당시 62세)에게 들키자 부인마저 기절시킨 뒤 둔기 등을 이용해 A 교수 부부를 살해했다.
이들은 인명록을 찢어 방문 흔적을 없앤 뒤 부부 시신을 A 교수 집 창고에 버리고 달아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A 교수 옷에서 범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50점, 음료수병과 인명록에 일부 남아있던 쪽지문(부분 지문)을 찾아냈지만 쪽지문만으로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수사 기법…쪽지문만으로 용의자 특정
2001년 말 경찰은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쪽지문과 모발을 증거물 보관 창고로 보냈다.
이 믿음은 경찰청이 추진한 지문자동검색기 고도화 사업이 2009년 말 마무리되면서 빛을 보게 됐다.
그동안 융선(지문선)이 없는 쪽지문으로는 온전한 지문과의 대조를 통해 특정인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융선 패턴을 유추해 내는 지문자동검색기를 활용하면 특정인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따라 경찰은 9년 전 사건 현장에서 나온 쪽지문 주인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쪽지문 주인이 L 씨임이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L 씨의 온전한 지문과 DNA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 L 씨 거주지인 경기도 안산에 수사팀을 급파했다.
◇ PC 방에서 범인이 담배꽁초 버리자 잽싸게 주워 담은 형사…지문 DNA 대조 성공
경찰이 잠복 중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L 씨는 2010년 4월 5일 PC 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버린 뒤 자리를 떴다.
이때 예산경찰서 김모 형사가 잽싸게 움직여 담배꽁초를 신줏단지 모시듯 집게로 집어 깨끗한 봉투 속에 넣었다.
국과수 감정결과 담배꽁초에서 찾은 L 씨의 지문이 쪽지문과 일치하고 담배꽁초에 묻은 침속 DNA가 그동안 보관해 뒀던 머리카락 DNA와 같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거주지에서 체포된 L 씨는 J 씨, S 씨 등 공범 2명을 불었고 J 씨는 4월 9일 대전에서, S 씨는 4월 12일 천안에서 각각 붙잡혔다.
◇ 범행 사주한 B 씨 이미 사망, 처벌 못 해…범인들 10년~16년 형
J 씨 등은 B 씨로부터 '죽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B 씨가 2002년 집안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실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살인 교사 부문을 종결했다.
1심에서 살인 계획을 꾸미고 주도한 J 씨는 징역 12년형,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 A 교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L 씨, S 씨는 나란히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이에 불복 항소한 끝에 J 씨는 징역 10년형, L 씨와 S 씨는 16년형을 감형받았다.
J 씨는 2020년 4월 만기출소, 자신이 속했던 모 종교단체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L 씨 등은 2026년 출소할 예정이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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