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일정 안 잡고 담화 내용·형식 고심… 李 “영수회담은 당연”

김경화 기자 2024. 4.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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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다음주 대국민 담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12일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다음 주 초쯤 직접 발표할 대국민 메시지에는 지난 2년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성찰과 함께 국정 쇄신에 대한 의지가 담길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전했다.

여권에선 특히 윤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형식에 주목하고 있다. 1년 반 동안 하지 않은 기자회견을 할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총선 참패 원인을 두고 윤 대통령의 ‘일방 소통’ 스타일 등 태도에 대한 지적이 적잖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연 이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일 주일여 앞둔 지난 1일 의료 개혁과 관련해 51분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발표장에는 참모들만 참석했다. 대통령실 한 참모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정책의 방향보다는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소통 방식을 두고 ‘그냥 싫다’는 목소리가 컸다”며 “소통 방식의 변화를 통해 총선 민의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22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190석을 넘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면서 남은 임기 3년 동안 야당과의 협치는 윤 대통령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무엇보다 제1야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운영하기 힘들게 됐다. 이 대표는 그동안 몇 차례 윤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윤 대통령 측근들은 “대통령이 형사 사건 민원인과 일대일로 마주앉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댔었다. 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남은 임기 동안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상대하려면 이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가진 사법 리스크와는 별개로 제1야당 대표란 지위를 인정하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수회담 카드는 이 대표가 먼저 꺼냈다.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윤 대통령을)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는 근본적으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야당을 때려잡는 게 목표라면 대화할 필요도 존중할 필요도 없겠지만, 국회는 대통령 외에 이 나라 국정을 이끌어 가는 또 하나의 축”이라며 “야당을 존중하고 대화하고, 또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타협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민주당 당선자들도 윤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압박하고 나섰다. 광주 광산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민형배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사죄의 말씀을 먼저 내놓는 것”이라며 “그다음에 곧바로 야당과 어떻게 국정을 끌고 갈 것인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광진을의 고민정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새 국무총리 후보로 야권 인사가 언급되는 데 대해 “야당에 총리를 맡기려면 첫 번째로 단행돼야 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안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회동에 나선다면 일종의 ‘항복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걸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대표의 양자 회담 요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국정 운영에서 야당과 협조하고 소통한다는 기조”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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