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한 與 인재들 “흙수저도 꿈 이룰 수 있는 세상 보여주고 싶었다”
“보수 정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심판론의 ‘반사체’가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발광체’가 되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도 정직하게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보수의 가치인데 그게 부족했습니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들의 4·10 총선 성적표는 ‘여권 참패’와 맞물렸다. 지역구 후보로 16명이 출마했는데, 여당 지지세가 강한 서울 강남권과 부산 등에서 4명만 당선됐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 박상수(인천 서갑)·호준석(서울 구로갑)·전상범(서울 강북갑)·강철호(경기 용인정) 같은 후보들은 낙선했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자기가 노력해 제도권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꿈을 이뤘고, 그 사다리를 미래 세대에게도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성장했거나 현재 거주하는 지역 출마를 자청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박상수 후보는 “이번 선거는 양당이 서로 디올백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타령만 하다 끝났다”며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보수의 꿈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 험지로 뛰어들었는데, 갈수록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에 휘말려 우리만의 청사진을 유권자들에게 못 보여줬던 게 뼈아프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선 ‘민주당은 25만원 준다는데, 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해먹느라 돈 안 주느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포퓰리즘이 사회 깊숙이 퍼져 있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인천 가좌동 주공아파트에서 서울법대에 진학한 그는 “사교육 없이 공부했지만 좋은 대학 나와 변호사가 됐고 내 집 마련도 주택 청약 당첨으로 했다. 지난 몇 십 년간 보수가 구축한 제도의 사다리 덕분에 ‘흙수저 출신’이어도 가능했던 일”이라며 “7만여 장 명함을 뿌리며 만난 유권자들은 이미 민주당 정부가 마구 풀던 현금성 복지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고,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걸 믿지 않았다. 이 끊어진 사다리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에 보수의 미래가 달렸다”고 했다.
지난 1월 입당한 박 후보는 “여당이 최악의 분위기일 때 들어와서 치열하게 뛰었기에 결과엔 일말의 아쉬움도 안 남을 지경이지만, ‘전과 몇 개 있어도 대통령 후보 되지 않느냐’던 지역 아이들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면서 “자수성가한 여당 후보 대신 부동산 투기·전관예우·성 상납 막말 등을 한 야당 후보들이 선택받는 걸 보면서 한국의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었고 보수의 근본적 성찰이 절실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에 30년 거주한 호준석 후보는 “민주당만 계속 뽑아주니 동네가 아무것도 안 바뀐다는 지역민들의 불만이 상당했기에 지난달 초까지는 여당 지지율이 상승세였는데, ‘이종섭·황상무 논란’이 터지자 흐름이 확 꺾였다. 이번엔 당선이 안 됐지만 결코 ‘영원히 안 될 지역’이 아니다”라며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당선인이 적지만, ‘한동훈 비대위’처럼 젊은 수도권 인사들이 당 지도부에 많이 배치돼야 앞으로 정확하게 민심을 읽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교관 출신 기업인 강철호 후보는 비례대표 제안을 거절하고 6년째 살고 있는 용인에 출마했다. 그는 “수도권 청년층에게 외면당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기에 앞으로도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청사진을 그리고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나고 자라 서울법대 졸업 후 판사가 됐던 전상범 후보는 “선거에 대해서 잘 아는 관계자의 도움이 절실했는데, 중앙당에 여러 번 요청했지만 별 지원이 없어 힘에 부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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