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與, 민심 받들겠다면 ‘당원 100%’ 전대 룰부터 바꿔야
4·10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정 운영 기조 변화와 인적 쇄신 요구를 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여당 의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대표적인 장면이 2022년 12월 당대표를 당원 투표로만 선출하도록 당헌·당규를 고칠 때였다.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씩 반영하는 기존 규정에서 민심이 반영되는 여론조사를 제외하고 ‘당원 투표 100%’로 바꾸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룰 변경에 비윤계 일부는 “반윤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골대 옮기기냐” “민심에서 멀어지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했지만, 친윤계는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면서 밀어붙였다. 초·재선 의원 상당수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친윤계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됐고, 수직적 당정 관계는 더욱 심화했다. 지난해 12월 김기현 대표 사퇴 이후 취임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을 향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정권 심판론’을 약화시키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번 선거 패배로 성난 민심을 확인했다면 그 민심을 받아들일 통로부터 복원하는 것이 순서다. 대통령이 바뀌기만 기다리지 말고, 여당이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개선하면서 민심에 반응해 나가야 한다. 그 첫걸음이 ‘당원 투표 100%’ 룰의 기존 룰 원상 복구가 돼야 한다.
당대표 경선에 여론조사를 처음 도입한 건 국민의힘의 전신인 2004년 한나라당이었다. 그해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거세지자, 한나라당은 ‘대의원 투표 50%, 여론조사 50%’ 룰을 만들었다. 그때 선출된 박근혜 당대표는 개헌 저지선 확보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121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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