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쌓은 지식으로 근대국가 세운 중세 識者

유석재 기자 2024. 4.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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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인간

자크 베르제 지음 | 문성욱 옮김 | 읻다 | 368쪽 | 2만원

서양의 중세를 ‘암흑시대’로만 여기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중세 후기인 14~15세기 유럽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배움을 밑천 삼아 교회나 도시에서 한자리 얻어냈던 이들, 풍월 수준 학식으로 생계를 꾸린 초등학교 교사와 하급 관리, 심지어 공증인이나 외과술사 같은 사람들 말이다. 마치 고대 동양의 사인(士人) 계층과도 비슷한 모양새였던 그들을, 프랑스의 중세 문화사 전문가인 저자는 식자(識者·gens de savoir)란 이름으로 부른다.

여러 분야와 다층적 수준의 ‘앎’을 전수했던 이들은 근대국가 탄생에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이 도제식 교육을 체계적 직업교육으로 발전시켰으며, 학위가 생겨났고 근대 대학이 출현했다. 책을 소유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정치적인 참여 길도 열렸다. 이들은 집단의 내적 연대를 통해 성직자, 귀족, 시민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급기야 식자층과 법조인 등으로 이뤄진 새로운 집단을 몽테뉴는 ‘제4 신분’이라 이름 붙였다. 그들에겐 밖에서 들어오는 압력과 자신의 욕심, 이데올로기와 이해득실이 뒤얽혔다. 그 문제의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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