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전염병 시대… 당신의 알고리즘도 편견에 갇혀있다

채민기 기자 2024. 4.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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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제국의 탄생

마크 버겐 지음|신솔잎 옮김|현대지성|560쪽|2만5000원

인플루언서 탐구

올리비아 얄롭 지음|김지선 옮김|소소의책|448쪽|2만3000원

블룸버그통신 기자인 저자가 ‘유튜브, 제국의 탄생’(현대지성) 집필을 시작한 2019년에 세계에서 17억명이 매일 유튜브를 방문했다. 이들은 하루 10억시간 넘게 영상을 봤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영화 ‘반지의 제왕’ 150배 분량의 영상이 올라온다. 한국에선 1인당 월간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이 지난 1월 40시간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유튜브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인의 일상이다. 그러나 빨간색 재생 버튼 아이콘 너머에서 유튜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2010년부터 구글을 취재해 온 저자가 창업부터 오늘에 이르는 유튜브의 20년사를 파헤쳤다. 전현직 임직원을 포함한 300여 명을 직접 인터뷰해 구체성을 높였다.

◇통제 어려워지는 ‘정보 전염병’

웹디자이너 채드 헐리와 프로그래머 자베드 카림, 스티브 첸이 유튜브를 공동 창업한 2005년은 ‘웹 2.0′의 태동기였다. 업체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웹 1.0′을 지나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게 된 시대를 뜻한다.

이듬해 유튜브를 인수하며 구글이 요구한 조건은 하나였다. “이용자, 영상, 조회 수를 늘린다.”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는 이들에게 수익을 분배했다. “페이스북이 아직 기숙사에서 추파를 던지는 도구였고 트위터는 괴짜들이나 썼으며 틱톡이 생기기 10년 전”이었던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이후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 십 대 백만장자, 가짜 뉴스, 인터넷 중독, 사기꾼과 소셜미디어의 병폐가 등장했다.” 다수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를 판매하는 사업 모델도 이때 탄생했다.

“온라인에 정보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구글의 철학이다. 그러나 유튜브가 “너무도 풍요롭고 무질서하고 압도적”인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이후 유튜브의 역사는 가짜 뉴스, 음모론, 혐오 발언, 극단주의 같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는 현상)을 통제하려 고군분투해 온 과정으로 요약된다.

부적절한 영상을 걸러내기 위한 유튜브의 각종 가이드라인이나 알고리즘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진보 성향의 캘리포니아에 갇혀 지내던 유튜브의 리더들은 극우의 간판은 물론 문화 보수주의자들과도 교류한 적이 없었다.”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유튜브는 정치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일 가능성이 있다.

영상 추천에 적용하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머신러닝의) 오류는 대개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인간처럼 생각해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AI는 우리처럼 성차별주의자가 될 수도 있었고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기도 했으며 잔인해지기도 했다.”(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매슈 맨저링크)

◇상품이 된 인간과 인생

‘인플루언서 탐구’(소소의책)는 관심 경제(대중의 이목을 끌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의 ‘귀족층’인 인플루언서에 초점을 맞춘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청년들은 얼어붙은 구직 시장에서 자신을 알리기 위해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했고 일부는 아예 그것을 직업으로 삼았다. 역시 한때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했던 영국의 마케팅 전문가가 그들의 세계를 탐사했다.

하이라이트는 저자가 직접 인플루언서 훈련 캠프에 참여하는 장면. “무엇이 좋은 영상일까?”라는 질문을 “유튜브는 무엇을 좋은 영상으로 생각할까?”로 바꾸고 수익 모델을 논하는 십 대들의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영국 어린이 20%가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 직업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직업으로서 유망하다거나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저자는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이 맥락을 알 수 없는 영상을 끝없이 퍼뜨리면서 ‘갑자기 노숙자가 됐다는 여자애의 흐느낌’이나 ‘가정 폭력의 몽타주’처럼 내밀한 감정과 경험까지 팔도록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2020년 주목받기 시작한 뉴뉴는 이용자들이 돈을 내면 인플루언서가 무엇을 하고 먹고 입을지까지 투표로 결정하게 해 정체성마저 상품화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현장을 생중계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에 불안을 느끼며 노트북을 끈다. 검게 꺼진 화면에 흐릿하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영영 ‘로그오프’ 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더라도, 결국 화면 뒤에는 사람이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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