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와 죽음이 도사리는 곳… 오싹해도 낯설지 않다, 인생이 그러하니까
버섯농장
성혜령 소설집 | 창비 | 268쪽 | 1만5000원
수꿀하다. 소설가 구효서는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된 소설가 성혜령의 단편 ‘간병인’을 심사평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무서워서 몸이 으쓱하다는 뜻이다. 소설집 ‘버섯농장’을 관통하는 느낌이다. 도처에 사고와 죽음, 그리고 병이 있다.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 중 이를 비켜가는 운을 누리는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낯설지 않다. 때론 삶이 그러하니까.
특유의 서늘함이 배가되는 이유는 그의 소설이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윤 소 정’),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착취당한다(‘대체 근무’).
표제작 속 등장인물 진화는 중국 저가 의류를 비싸게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0년째 일한다. 진화는 남자 친구가 아는 동생의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싸게 개통한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1년 뒤, 600만원이 넘는 부채에 다달이 15.7%의 이자가 붙고 있다는 빚 독촉 전화를 받는다. 명의 도용을 당한 것이다. 진화는 자신에게 휴대폰을 판 이의 아버지를 미행하고, 그의 버섯 농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른다. 몸이 둥글게 말려 쓰러진 남자를 보며 진화는 말한다.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뭐 그런 건가 봐?’
낙관은 거부한다. 대신 부조리하고 난폭한 세상을 건조하게 들여다본다. 그러다 갑자기 독특한 리듬으로 분노하며 장르를 서스펜스로 바꿔버린다. 한영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불안과 원한의 정동을 서늘하게 묘파해낸다’며 그의 소설을 ‘섬뜩한 우화’라고 칭했다.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예의 반가운 ‘침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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