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 넘은 테일러 스위프트, 한국에선 왜 인기 없나

장근욱 기자 2024. 4.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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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음악으로 첫 억만장자, 국내에선 높아봤자 174위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1년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가 전철 객차 안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자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유튜브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5)가 세계 대중음악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일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수 활동만으로 재산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모은 첫 음악가(musician)라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음악 순위표로 꼽히는 빌보드 주간 앨범 차트에서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금까지 69주간 1위에 있었다. 전 세계 솔로 가수를 통틀어 역대 최고다. ‘로큰롤의 제왕’이라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지키고 있던 이전 최고 기록(67주)을 갈아치웠다. 스위프트는 오는 19일 새 앨범을 낸다. 앞으로도 이룰 것이 많다는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인기가 없을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국내 최대 온라인 음악 서비스인 멜론의 월간 음악 차트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차지한 역대 최고 순위는 지난달 174위다. 팝송 등 해외 음악만 따로 추려낸 멜론 차트에서도 지난달 15위가 최고 기록. 한국 시장에서 스위프트는 팝가수 중에서도 유난히 존재감이 없는 셈이다. 인터넷에는 2011년 스위프트가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 전철을 탔다가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민망해하는 표정이 담긴 영상이 떠돌아다닌다.

해외에서는 스위프트를 작곡과 작사가 동시에 가능한 능력을 특별히 잘 활용한 가수라고 평가한다. 특히 그의 강점으로 스토리텔링 능력을 꼽는다. 연애, 고민 등 다양한 자기 경험을 은유적인 가사에 담아 노래로 들려주고, 팬들은 가사를 음미하면서 큰 위로와 응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2012년 곡 ‘Red’에는 유명 배우와 연애하며 성장한 경험을 담았고, 2017년 노래 ‘Look What You Made Me Do’에서는 자신을 비난하는 표현을 가사 소재로 활용하며 당당하게 대응했다.

팬들은 이렇게 스위프트가 노래로 목소리를 내고 인생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구조에 공감하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의 또 다른 강점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해 다양한 곡을 상업적으로 흥행시키는 능력이다. 2006년 데뷔 당시에는 미국 중년 남성이 선호하는 ‘컨트리(Country)’ 장르 노래를 작곡해 불렀지만 이후 팝, 일렉트로닉, 포크 등 전혀 다른 장르로 음악 세계를 확장하며 팬층을 넓혔다.

그 밖에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암 투병 하는 어린이 팬을 방문해 치료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팬의 결혼식 축가를 도맡기도 한다. 통 큰 기부도 아끼지 않는다. 작년 토네이도 피해 주민에게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올 초 총격 사건 사망자 유족에게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각각 기부했다.

이런 장점은 한국에도 충분히 통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데뷔 초부터 소셜미디어로 동시대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여러 대중음악 장르의 유산을 충실히 물려받았다”며 “그런 범용성이 다른 가수에 비해 널리 인기를 끄는 요인이고, 우리 시대의 싱어송라이터가 갖춰야 할 ‘양식’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인기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작곡 스타일이 한국인이 선호하는 기승전결이 강한 멜로디가 아니고, 한국에는 아이유 등 한국만의 정서를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이미 자리 잡아 인기가 덜할 뿐”이라며 “테일러 스위프트는 과거 수퍼스타의 계보를 잇는 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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