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장 낮은 곳의 환자 돌본 ‘쪽방촌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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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도 아니고 저희가 난처합니다."
응급실 근무를 하던 의사 선우경식(1945∼2008)은 "환자 치료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응급 진료를 했다.
이후 그는 환자의 경제 사정에 따라 진료비를 면제해 주거나 할인해 주는 강원 정선군의 성프란치스코의원과 서울 관악구 사랑의집 등지에서 진료 봉사를 이어갔다.
거액의 후원자도 있었지만, 유언으로 요셉의원에 내지 못한 약값 1만3000원을 내달라는 환자 등 수많은 소액 후원자가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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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사회적 약자 위한 의술 펼쳐
◇의사 선우경식/이충렬 지음/308쪽·2만 원·위즈덤하우스
1982년 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라 접수를 시키며 미리 진료비나 수술비를 내야 진료가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응급실 근무를 하던 의사 선우경식(1945∼2008)은 “환자 치료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응급 진료를 했다.
이후 그는 환자의 경제 사정에 따라 진료비를 면제해 주거나 할인해 주는 강원 정선군의 성프란치스코의원과 서울 관악구 사랑의집 등지에서 진료 봉사를 이어갔다. 그는 1987년 요셉의원을 세운 뒤 20여 년간 환자들에게 모든 것이 무료인 ‘요셉의원’을 이끌었다.
책은 ‘쪽방촌의 성자’ ‘영등포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요셉의원 설립자 고 선우경식 원장의 삶을 다룬 전기다. 의대 교수직, 미국 전문의 등 화려한 경력을 마다하고 평생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술을 펼친 그의 삶은 ‘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요셉의원은 1987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세워진 뒤 10년간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환자 중에는 공장 근로자, 맞벌이 부부 등이 많은 탓에 진료 시간을 오후 2∼10시로 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병원을 운영했다. 병원 재정은 당연히 악화됐다. 그럴 때마다 선우 원장은 의사로서의 체면은 내려놓고, 후원 행사를 위해 자선음악회를 열거나 주변 동료 의사들에게 구형 의료기기를 요청했다. 거액의 후원자도 있었지만, 유언으로 요셉의원에 내지 못한 약값 1만3000원을 내달라는 환자 등 수많은 소액 후원자가 곁에 있었다.
요셉의원이 1997년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으로 옮긴 뒤에는 노숙자,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넘쳐났다. 선우 원장은 오갈 곳 없는 환자들을 위해 영등포시장 근처에 임시 숙소인 ‘성모자헌의 집’을 지어 ‘거주 치료’를 도입하기도 했다.
선우 원장은 2003년 호암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선우 원장을 직접 만나러 왔다. 이 상무가 요셉의원과 쪽방촌을 둘러본 뒤 사비 1000만 원을 기부하고, 이후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게 된 사연 등도 소개돼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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