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당선인 SOC 공약… 총 616개, 최소 278조 필요
12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본보가 ‘4·10총선’ 당선인들의 핵심 공약을 분석한 결과 SOC 공약 이행 재원만 최소 277조8693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올해 예산 657조 원의 42%가 넘는다. 이는 지역구 당선인 254명 중 5대 핵심 공약과 공약 이행에 드는 재정 보고서를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166명을 대상으로만 집계한 수치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107명, 국민의힘이 59명이다.
당선인들의 SOC 공약 수는 616개로 5대 핵심 공약 전체(823개)의 74.8%였다. 이 중 비용 추계조차 되지 않은 공약(空約)들이 378개(61.3%)였다. 이런 공약들의 비용까지 더하면 전체 소요 재원이 훨씬 불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총선에선 정부의 GTX 개통 및 확장 계획과 맞물리며 지역구별 GTX 공약이 경쟁적으로 쏟아졌다. GTX D노선이 시작되는 인천 지역구 6명의 당선인 중 5명은 예타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철도, 도로 확충 및 개설 등 교통 인프라 공약만 28개를 낸 후보도 있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재원 고려 없는 무책임한 공약이 남발되면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재정 배분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급행철도 4.7조-경기남부공항 5조… “空約남발 정치불신 키워”
총선 당선인 SOC 공약에 278조
GTX 신설 약속한 당선인만 35명
15조 들어갈 제3롯데월드 공약도
“재원-타당성 무시하고 쏟아내”
경기 수원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정만 5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봤다. 해당 공항은 현재 공항개발 최상위 계획인 ‘공항개발종합계획’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항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고 입지도 지정되지 않아 조성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12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본보가 조사한 22대 총선 당선인 166명의 5대 핵심 공약 이행 비용은 총 302조4479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에 필요한 자금이 277조8693억 원(91.9%)이다. 총선 때마다 ‘아니면 말고 식’ SOC 공약을 쏟아내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간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재원 추계 없는 SOC 공약 ‘남발’
대표적인 SOC 사업인 GTX 공약을 낸 당선인만 35명이었다.
경기 용인갑의 이상식 민주당 당선인은 이미 이달부터 운행에 들어간 수서∼동탄 구간 GTX A노선의 지선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GTX A노선 정차역 중 구성역에서 용인시청을 지나 원삼역까지 빠지는 이른바 ‘반도체선’을 구축하겠다는 것. 지선 길이만 27.2km로, 추산 공사비는 1조4000억 원이다.
GTX D노선이 시작되는 지점과 가까운 인천의 6개 지역구에선 당선인 6명 중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5명이 일제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사업비 1000억 원 이하’라는 예타 면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예타를 진행했던 GTX A·B·C노선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 제3롯데월드 등 실현 가능성 낮은 공약도
SOC 공약 외에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 많았다. 동두천-양주-연천을에 당선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구에 제3롯데월드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정작 롯데물산 측은 제3롯데월드 조성 계획이 없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공사에 4조5000억 원이 들었다. 업계에선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롯데월드를 새로 조성하려면 10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약 이행은 사실상 쉽지 않은 셈이다. 충북 청주 흥덕의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청와대의 청주 이전 공약을 내걸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박상웅 국민의힘 당선인은 구체적인 실현 계획 없이 국가 주요 공기업 5개 이상 유치를 약속했다.
SOC 공약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숙원사업으로 유권자의 민심을 대변한 공약으로 평가된다. 선거에 있어 SOC 공약은 표심을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이 이런 공수표 남발로부터 시작된다는 지적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팬데믹 이후 정치권이 포퓰리즘적인 공약에 대해 무감각해졌다”며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을 자꾸 내세우면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혐오나 불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이든, 네타냐후에 “美, 어떠한 對이란 반격도 반대”
- 尹, 비서실장 인선 ‘신중’ 모드…野, 후보군 비판 고려한듯
- 한국형 제시카법 등 ‘한동훈표’ 법무부 정책 줄줄이 좌초 위기
- [단독]버려진 130만 표…비례대표 무효표, 역대 총선 최다
- 조국혁신당 “민주, 21대 국회서 채상병 특검법 통과 주도해주길”
- ‘노무현 사위’ 곽상언, 봉하 묘역 찾아 “균등사회 꼭 실현”
- 손가락 감각이 둔해져 젓가락질이나 단추 채우기가 어렵다
- 與 당선인 108명, 16일 한 자리에…현충원 참배 후 총회
- 北 핵미사일 고체연료화 완료… 한국군은 무용지물 ‘킬체인’ 유지
- 김제 망해사 화재로 ‘극락전 전소’… 5억 2000만 원 재산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