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낙선 청년후보들의 경고 “지금처럼 하면 영원히 질 것”
與 영남위주 지도부, 서울 선거 몰라
용산과 거리 두고 민심 밀착해야”
4·10총선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헌정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의 3040세대 낙선 후보들은 12일 “우리가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정당이 됐다” “이번처럼 민심을 외면하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영원히 질 것” “2년 뒤 지방선거, 3년 뒤 대선도 지금과 같은 국정 기조로 치르면 다 죽는다”라는 경고를 쏟아냈다.
청년 낙선자들은 122석이 걸린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민심을 당이 외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후보(41)는 “영남 위주의 지도부가 수도권 선거를 아예 모른다”며 “총선 전략을 결정하는 라인에 수도권 중도 청년의 민심을 아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험지인 서울 노원을에 출마한 김준호 후보(36)는 “민주당은 이제 호남 정당이 아니라 수도권 정당”이라며 “우리가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독선과 불통으로 비치는 태도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며 “현장에서 후보들끼리 ‘(용산 대통령실은) 그냥 가만히만 있어 달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박진호 경기 김포갑 후보(34)는 “정부가 지금처럼 ‘우리는 진짜 국민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데, 왜 이걸 몰라주느냐’ 이런 식으로 나가면 계속 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당이 용산 대통령실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서정현 경기 안산을 후보(39)는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번에 확실히 확인했다”며 “당이 ‘용산 바라기’에서 벗어나 분명하게 거리 두고 민심과 밀착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이 긁어 부스럼 만든게 많아” “이-조 심판 몰아간게 잘못”
[4·10 총선 후폭풍]
與 낙선 청년후보들의 경고
“대파 논란에 ‘용서 안돼’ 분위기… 한동훈, 용산과 다른 목소리 못내
시민들 심판론 지긋지긋하다 해… 나라 이끌 비전-어젠다 제시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대담에서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 용산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거나 별것 아닌 일을 키운 것이 많았다.”(서울 노원을 김준호 후보·36)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꺼내 심판 선거로 몰아간 게 잘못이었다. 시민들은 살기가 너무 힘든데 심판 얘기하고 갈라치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했다.”(세종갑 류제화 후보·40)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국민의힘 3040세대 낙선 후보 9명은 선거 운동 기간 현장에서 마주했던 집권 여당을 향한 차가운 민심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 원인을 찾았다. 후보들은 “선거를 치러 보니 민심이 정말 무서웠다. 국민들이 화가 나면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 했다. 민심을 외면했던 대통령실과 당을 향한 울분을 쉰 목소리로 토하는 후보들도 있었다.
● “민심은 ‘서울 편입 안 돼도 좋다. 정권 심판이 먼저’”
이런 가운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은 용산과 분명하게 선을 긋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 험지인 광주 동-남을에 출마했던 박은식 후보(40)는 “당이 용산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다. 박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완전히 척을 지려면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도 “한 전 위원장이 용산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의 이슈 대응 능력 부족과 총선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서정현 경기 안산을 후보(39)는 “대파 논란이 온라인상에서 놀이처럼 변한 상황에서 우리는 선을 긋고 외면하고 오히려 통제하려 했다”며 “선거 기간 만나기 어려운 중도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섬세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준호 후보도 “당이 대파 논란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이슈가 불이 붙어 버렸다”며 “프레임 싸움에서 매번 지고 있다”고 했다.
● “70% 이기고 시작하는 영남은 민심 몰라”
청년 후보들은 험지 활동을 이어가겠다며 당의 지원을 호소했다. 김 후보는 “동작에서 노원으로 이사했다”며 “총선에 나설 당협위원장 등 후보를 미리 정하고 조직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당은 수도권 험지에서 낙선한 청년들이 지역을 계속 지키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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