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낙선 청년후보들의 경고 “지금처럼 하면 영원히 질 것”

조권형 기자 2024. 4. 13. 01: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제 호남 아닌 수도권 정당
與 영남위주 지도부, 서울 선거 몰라
용산과 거리 두고 민심 밀착해야”

4·10총선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헌정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의 3040세대 낙선 후보들은 12일 “우리가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정당이 됐다” “이번처럼 민심을 외면하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영원히 질 것” “2년 뒤 지방선거, 3년 뒤 대선도 지금과 같은 국정 기조로 치르면 다 죽는다”라는 경고를 쏟아냈다.

청년 낙선자들은 122석이 걸린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민심을 당이 외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후보(41)는 “영남 위주의 지도부가 수도권 선거를 아예 모른다”며 “총선 전략을 결정하는 라인에 수도권 중도 청년의 민심을 아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험지인 서울 노원을에 출마한 김준호 후보(36)는 “민주당은 이제 호남 정당이 아니라 수도권 정당”이라며 “우리가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독선과 불통으로 비치는 태도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며 “현장에서 후보들끼리 ‘(용산 대통령실은) 그냥 가만히만 있어 달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박진호 경기 김포갑 후보(34)는 “정부가 지금처럼 ‘우리는 진짜 국민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데, 왜 이걸 몰라주느냐’ 이런 식으로 나가면 계속 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당이 용산 대통령실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서정현 경기 안산을 후보(39)는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번에 확실히 확인했다”며 “당이 ‘용산 바라기’에서 벗어나 분명하게 거리 두고 민심과 밀착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이 긁어 부스럼 만든게 많아” “이-조 심판 몰아간게 잘못”

[4·10 총선 후폭풍]
與 낙선 청년후보들의 경고
“대파 논란에 ‘용서 안돼’ 분위기… 한동훈, 용산과 다른 목소리 못내
시민들 심판론 지긋지긋하다 해… 나라 이끌 비전-어젠다 제시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대담에서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 용산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거나 별것 아닌 일을 키운 것이 많았다.”(서울 노원을 김준호 후보·36)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꺼내 심판 선거로 몰아간 게 잘못이었다. 시민들은 살기가 너무 힘든데 심판 얘기하고 갈라치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했다.”(세종갑 류제화 후보·40)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국민의힘 3040세대 낙선 후보 9명은 선거 운동 기간 현장에서 마주했던 집권 여당을 향한 차가운 민심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 원인을 찾았다. 후보들은 “선거를 치러 보니 민심이 정말 무서웠다. 국민들이 화가 나면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 했다. 민심을 외면했던 대통령실과 당을 향한 울분을 쉰 목소리로 토하는 후보들도 있었다.

● “민심은 ‘서울 편입 안 돼도 좋다. 정권 심판이 먼저’”

총선 기간 동안 연이은 용산발 악재 때문에 지역 공약도 표심을 얻는 데는 소용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이 ‘김포시 서울 편입’과 교통 개선 공약 등을 쏟아부은 경기 김포갑에 출마한 박진호 후보(34)는 “대통령실발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중도는 ‘내가 서울로 안 가도, 지하철 5호선을 빨리 안 타도 상관없고 정권 심판이 먼저다’라는 여론이었다”며 “특히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신 분들이 더욱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곽관용 경기 남양주병 후보(38)는 “대파 논란이 불거지자 원래 지지자들마저도 ‘너를 찍고 싶은데 너희 당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분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은 용산과 분명하게 선을 긋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 험지인 광주 동-남을에 출마했던 박은식 후보(40)는 “당이 용산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다. 박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완전히 척을 지려면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도 “한 전 위원장이 용산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의 이슈 대응 능력 부족과 총선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서정현 경기 안산을 후보(39)는 “대파 논란이 온라인상에서 놀이처럼 변한 상황에서 우리는 선을 긋고 외면하고 오히려 통제하려 했다”며 “선거 기간 만나기 어려운 중도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섬세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준호 후보도 “당이 대파 논란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이슈가 불이 붙어 버렸다”며 “프레임 싸움에서 매번 지고 있다”고 했다.

류제화 후보는 “민생은 민생이고 이-조 심판은 이-조 심판이지, ‘이-조 심판이 민생’이라는 게 시민들에게 와닿겠느냐”며 “여당이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야당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나라를 믿고 맡길 만한 집권 세력인지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고 했다.

● “70% 이기고 시작하는 영남은 민심 몰라”

당 지도부 및 선대위가 영남 의원 위주로 구성됐던 한계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후보(41)는 “정권 심판론이 엄청나게 심하다는 걸 이미 70% 이기고 시작하는 영남권에선 알 수가 없다”며 “결국 영남 지도부라서 ‘대파 논란’ 등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정당’이 아닌 수도권, 전국구 정당으로 발돋움했는데 여당만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수 인천 서갑 후보(45)는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가슴 뛰는 비전,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청년 후보들은 험지 활동을 이어가겠다며 당의 지원을 호소했다. 김 후보는 “동작에서 노원으로 이사했다”며 “총선에 나설 당협위원장 등 후보를 미리 정하고 조직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당은 수도권 험지에서 낙선한 청년들이 지역을 계속 지키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