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초저가 비결] 국내 중소기업들은 KC인증, 관세도 부담…"제도적 역차별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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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구조적으로 중국의 이커머스(이하 C커머스)보다 싸게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폐업해야 합니다.” 운동용품을 파는 중소기업 대표 A씨의 하소연이다. 직원이 6명인 A씨의 회사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편, 수년 전부터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꾸준히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의 초저가 운동용품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감소, 사업을 접을 고민마저 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전년 대비) 약 10%, 올해 들어서는 15~20% 감소했다”고 말했다.
A씨 회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중국산 운동용품을 집중적으로 수입해 판매한다. 이때 C커머스 상품엔 의무가 없는 KC인증 획득과 관·부가가치세 납부가 필수다. 한글로 된 포장과 설명서 동봉이 필수 절차인 KC인증 획득엔 상품당 수십만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세금도 관세 8%, 부가세 10%가 부과되고 중국에서 가져오는 물류비도 든다. 이윤을 남기지 않더라도 C커머스보다 가격이 최소 20% 이상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C커머스의 공습에 국내 중소기업·이커머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국내 도·소매 및 제조 중소기업 320곳을 대상으로 C커머스 관련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 기업의 80.7%가 “C커머스가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53.1%가 ‘C커머스에 대한 과도한 면세 혜택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를 꼽았다. ‘직구 제품의 재판매’(40%), ‘IP 침해’(34.1%), ‘국내 인증 준수 기업 역차별’(29.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무(無)인증·무관세의 C커머스 때문에 국내법을 준수하는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C커머스 경쟁 상대인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피해도 만만찮다. 쿠팡·11번가·G마켓·티몬 등은 C커머스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면서 사업 전략을 재편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알리는 가공식품은 물론, 최근 국내 기업과 손잡고 과일·채소·수산물 등 신선식품까지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C커머스의 신선식품 취급에 위기감을 느낀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입, 2027년까지 자체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입점 판매자의 이탈 및 C커머스행을 막는 데도 나섰다. 11번가는 이를 위해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인 ‘슈팅셀러’를 도입했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 업체가 판매자를 대신해 상품의 입고·포장·배송 등 물류 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전 과정을 일괄처리하는 방식이다. G마켓은 판매자의 광고비 지원이나 데이터 제공 방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C커머스 관련 피해 대응 조직 운영에 힘쓰는 한편, 중소기업 대상 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C커머스 관련 대처를 맡을 전담팀을 4명 규모로 신설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빠른 법 개정과 후속 대책 마련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와 중소기업이 (C커머스와)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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