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발레리나’ 이어, 볼쇼이 발레단 공연도 취소

유주현 2024. 4. 1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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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과 내용 변경 전 홍보용 포스터(왼쪽)와 변경 후 포스터.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무용수들이 출연 예정이던 ‘발레앤모델 슈퍼콘서트 2024 in 서울’ 공연이 취소됐다. 이 공연을 기획한 ‘발레앤모델’이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과 공연내용 변경을 두고 갈등 끝에 법원에 계약이행 가처분신청까지 냈지만 12일 이유없음으로 기각됐고,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해당 공연의 변경 심의가 부결됐음을 알렸다. 공연예정일인 16일까지 공연 내용을 원안대로 되돌리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공연은 당초 ‘볼쇼이 발레단 갈라콘서트 2024 in 서울’이란 명칭을 걸고 “볼쇼이 발레단을 세계 최고로 이끌고 있는 마하르 바지예프 단장의 지휘 아래 볼쇼이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무용수가 총출동할 예정”이라고 홍보됐었다. 그런데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예정이던 ‘푸틴의 발레리나’ 자하로바 내한 공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지난 3월 전격 취소되자, 기획사는 지난달 28일 공연명을 변경하고 공연 내용과 출연진도 바꿨다. 지난해 10월 대관 승인 당시 기획(수석무용수 12명 포함, 20명이 출연하는 12장 형식)이 수석 6명 등 총 8명이 나오는 10장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세종문화회관은 대관 재심의를 통보했고, 기획사는 서류를 제출해 재심의를 받는 대신 지난 4일 법원에 계약이행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후 9일에야 출연자 사증발급확인서를 제출해 11일 대관 승인 당시의 외부 심사위원들과 동일하게 구성된 대관심사위원회가 열려 공연변경을 불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12일 법원도 계약가처분 신청을 이유없음으로 기각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신규 공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상당한 변경으로, 현 내용으로 최초 대관심의를 진행했다면 승인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변경 신청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발레앤모델은 볼쇼이 발레학교를 나온 최준석 대표가 2016년 설립한 학원사업체로, 최근 한국에 볼쇼이 발레학교를 세운다는 목표로 볼쇼이 무용수들의 공연을 유치했다. 최 대표는 “정치적 이슈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연인데 공연장이 경미한 내용 변경을 트집잡았다. 자하로바 공연이 취소된 만큼 더 강력한 공연을 위해 내용을 업그레이드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공공기관으로서 대관공연의 내용이 계약과 달라졌다면 대관 규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공연기획사가 먼저 정치적 부담을 느껴서 변경해 놓고 책임을 공연장에 미루는 건 모순”이라면서 “공공기관에서는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니 매뉴얼을 따를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문화 교류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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