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대통령은 다스 베이더가 될 수 없다

정철운 기자 2024. 4. 1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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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 수사로 조국은 교수직을 잃고 딸은 의사 면허를 잃었으며 아내는 감옥에 갇혔다. 윤 총장은 한국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떠올랐고, (보수진영은) 2022년 대선에서 그를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조국은 외모지성도덕성까지 갖춘 원조 아이돌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우며 "이제 그는 한국의 루크 스카이워커가 되었고, 윤 대통령은 다스 베이더 역에 캐스팅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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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경제지 FT, 조국-윤석열 관계 스타워즈에 비유
실제 스타워즈 세계관에 비춰보면 차이점 많아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다스 베이더와 윤석열 대통령.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South Korea's 'Luke Skywalker' strikes blow against President Yoon>(한국의 '루크 스카이워커', 윤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하다)란 제목의 11일자 기사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영화 '스타워즈' 최고의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에 비유했다. 이후 <“한국의 루크 조국, 다스베이더 尹에 일격”…FT, 스타워즈 빗대 총선 조명>(뉴스1), <조국은 루크 스카이워커, 윤석열은 다스 베이더?>(프레시안)와 같은 인용 보도가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 수사로 조국은 교수직을 잃고 딸은 의사 면허를 잃었으며 아내는 감옥에 갇혔다. 윤 총장은 한국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떠올랐고, (보수진영은) 2022년 대선에서 그를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조국은 외모지성도덕성까지 갖춘 원조 아이돌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우며 “이제 그는 한국의 루크 스카이워커가 되었고, 윤 대통령은 다스 베이더 역에 캐스팅되었다”고 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11일자 기사.

다스 베이더는 젊은 시절 아나킨 스카이워커란 이름의 제다이였다. 노예였던 아나킨은 제다이가 되어 은하계 해방을 꿈꿨다. 권력을 원했다. 은하 공화국 수상 팰퍼틴이 그를 '다크사이드 포스', 절대 악 시스로드로 끌어들인다. 아나킨은 죽음이 예견된 아내 파드메를 살리겠다는 욕망으로 팰퍼틴을 선택한다. 아나킨은 팰퍼틴의 '오더66'에 따라 제다이를 몰살하고 다스 베이더가 된다. 그렇게 공화국이 무너지고 팰퍼틴은 은하 제국의 황제가 되고 베이더는 2인자 지위에 오른다.

다스 베이더는 팰퍼틴을 통해 자신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는 함께 팰퍼틴을 죽이고 은하계를 정복하자며 루크를 설득한다. 루크는 증오를 버리라며 아버지를 설득한다. 이윽고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광선검 대결에서 루크는 베이더의 오른쪽 손목을 자른다. 이를 보던 팰퍼틴이 루크를 죽이려 했고,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견디지 못한 베이더가 팰퍼틴을 우주로 던져버린다. 이 과정에서 포스 라이트닝을 맞고 베이더의 생명유지장치가 망가진다. 베이더는 루크의 품에 안긴 채 “네가 날 살렸다”고 말한 뒤 삶을 마감한다.

스타워즈 세계관에 비춰 보면 다스 베이더는 타락한 제다이였지만, 결국 루크 스카이워커를 도와 팰퍼틴과 제국의 독재를 멈추는 데 일조한다. 데스스타를 건설하고 폭정을 일삼던 악인이었으나 결국 베이더는 과오를 인정한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에서 다스 베이더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인간적 번뇌의 지점들도 시리즈 곳곳에 담겼다. 때문에 다스 베이더와 윤 대통령을 동시에 알고 있는 이들 입장에선 윤 대통령을 다스 베이더에 비유하는 보도는 왜곡에 가깝다.

무엇보다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는 처음엔 악연이었으나 결말은 연대였다. 조국 대표를 루크로, 윤 대통령을 베이더로 가정했을 때 두 사람의 결말이 연대일 수 있을까. 오히려 두 사람은 처음엔 연대적 관계였으나 훗날 악연이 된 경우로 정반대다. 윤 대통령이 조국 대표와 그를 따르는 정치세력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해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는 등 자신을 내던지는 극적인 희생으로 자신이 세웠던 제국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나. 그깟 비유 하나에 너무 진지하게 반응한다 싶을 수 있지만 수십 년을 다스 베이더에 몰입했던 전 세계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 정의로운 검사로 인기를 얻은 뒤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문재인정부의 법무부장관을 수사하고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해 정권교체로 대권을 잡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윤 대통령은 차라리 다스 베이더보다는 팰퍼틴에 가깝다. 겉으로는 은하 공화국을 지키겠다며 나섰지만 뒤로는 클론 전쟁을 조종해 원하던 수상 자리에 오르고, 자신에게 힘을 모아줬던 공화국을 무너뜨려 스스로 황제가 된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 오르자 비로소 다스 시디어스, 즉 악의 근원으로서의 실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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