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백옥쌀 막걸리, 제짝은 들기름 막국수였네
맛난 음식, 맛난 우리술
바를 아(雅), 나아갈 토(夲). 2021년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술 빚기를 함께 배우던 권도연 대표와 박혜찬 이사가 창업한 용인 동백의 새내기 양조장 ‘아토’의 상호명이다. 권 대표는 명품 온라인 유통업을, 박 이사는 캐나다에서 외식업을 하다 귀국해 광고영상 촬영 업계에 있었으니 전통주와는 전혀 관련 없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유통업 경험이 있고 꾸준한 성격으로 양조가 적성에 잘 맞고, 박 이사는 전통주 업계에서 광고영상 촬영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용인 재배 쌀과 물, 누룩 등 발효제만 사용
아토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술은 현재 ‘마루나 막걸리’ ‘마루나 그린’ ‘마루나 약주’ 3종이다. ‘마루나’란 ‘산마루에 나다’를 줄인 단어로 ‘산 정상에 오르다’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막걸리들은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탐·사카린 등의 감미료를 쓰고, 신맛을 내기 위해 구연산 등 산미료를 써서 쉽게 맛을 내지만 우리는 ‘아토(바르게 나아가다)’하며 첨가물 따위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쌀 고유의 단맛과 매력을 살려 ‘마루나(산 정상에 오르다)’ 하겠다”고 한다. 뭔가 군대 암구어 같기도 하지만 좋은 술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충만해 보인다.
메밀쌀, 반죽 직전 하루에도 수십 번 제분
이중 마루나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를 찾아 용인 고기동에 있는 ‘고기리막국수’를 방문했다. 원래 이 매장에선 이미 다른 브랜드의 막걸리를 취급하고 있었지만, 사전 양해를 구하고 특별히 맛보기로 했다.
고기리막국수는 2012년 유수창·김윤정 부부 대표가 오픈한 곳으로 ‘들기름막국수’의 원조다. 메밀 원재료와 면발 그리고 육수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지속해 지금도 맛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주일마다 도정회사에서 메밀쌀을 받아 섭씨 5도로 보관하고 반죽 직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직접 제분해서 사용한다니 그 정성이 참 대단하다. 막걸리와 막국수. 전통적인 술과 음식을 요즘 MZ세대 취향에 맞게 개발하고 노력하는 모습에서도 두 집의 궁합이 잘 맞는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들기름 막국수는 메밀 면 위에 들기름을 뿌려주고 잘게 자른 마른 김과 거칠게 부순 들깨를 얹어 나오는데 메밀과 들기름 그리고 나머지 재료들이 조화를 이뤄 까끌까끌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다. 구수한 향과 감칠맛까지 받쳐줘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숨쉴 겨를도 없다. 면이 3분의 1 정도 남았을 때 육수를 부어 먹으면 이 또한 별미다.
들기름 막국수를 살짝 휘저은 뒤 한 젓가락 맛봤다. 메밀 면답게 툭툭 끊어지는 식감과 들기름 등 재료의 향과 맛을 즐긴 다음 시원한 마루나 막걸리를 한 잔 들이켰다. 절제된 막걸리의 단맛과 메밀 면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개성 강한 들기름·마른 김 등 재료들의 맛에 막걸리가 묻힌다 싶을 때, 막걸리 끝맛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산미가 들기름의 살짝 느끼한 맛을 잡아주니 제대로 된 궁합이다.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막걸리의 끝맛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쓴맛이 없어 메밀 면과 더욱 잘 어울린다. 한 젓가락, 또 한 탁배기. 어느새 막걸리와 국수가 순서 없이 목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역시 막국수에는 막걸리가 답이다!
사실 ‘고기리막국수’는 대기 줄이 길기로 유명한데, 이 페어링을 집에서도 편히 즐길 수 있다. 이집의 들기름막국수가 밀키트로 출시돼 있고, 마루나 막걸리는 용인 쌀인 백옥쌀을 사용하는 지역 특산주로 온라인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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