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줄 자르지 않는 인공관절 수술, 5일이면 걸어서 퇴원

정영재 2024. 4. 1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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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관절염·고관절 통증
서울 마곡동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이 고관절과 무릎관절 모형을 보여주며 인공관절 수술 과정과 회복 시 주의할 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무릎 관절염과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무릎 관절염은 통증도 심할 뿐더러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고관절은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낙상 사고로 인해 다치게 되면 계속 누워서 지내야 하고, 이는 패혈증·폐렴·심부전 등 내과적 합병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르신이 고관절을 다치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무릎과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부착하는 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 수술 과정이 간단해지고 비용이 저렴해진 것도 인공관절 수술 환자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다.

수술·재활·퇴원 앞당기는 ‘1·4·5 수술법’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웰튼병원을 운영하는 송상호 원장은 2003년부터 20년 넘게 이 분야만 파고든 전문가다. 그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6000회,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도 6000회를 넘게 집도했다.

웰튼병원은 자신들의 독특한 ‘1·4·5 수술법’을 자랑한다. 수술하는 데 1시간 걸리고, 수술 4시간 후에 걷는 연습을 하고, 수술 5일 뒤에 목발이나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 없이 걸어서 병원을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원장을 만나 어떻게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지, 그리고 빠른 회복을 위해 인공관절 수술 환자가 지켜야 할 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송 원장한테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재활과 퇴원을 할 수 있는 비결은 ‘힘줄을 자르지 않는 것’에 있다. 고관절을 받치고 있는 엉덩이 근육 중에는 ‘이상근(梨狀筋)’이라는 게 있는데, 인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코어 근육이다. 골프 스윙 때 발이 땅을 디디면서 ‘지면 반발력’을 받는데 이 때 사용되는 근육이 바로 이상근이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이상근에는 4개의 힘줄이 딱 달라붙어 있다. 일반적인 수술법은 이상근에 붙은 힘줄을 잘라내고 관절막이 보이면 관절을 열고 인공관절을 심고 난 다음에 끊었던 힘줄을 다시 연결시킨다. 그런데 송 원장은 보조기구를 활용해 힘줄을 잡아당긴 뒤 확보한 시야를 통해 인공관절을 장착한다. 송 원장은 “힘줄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면 이상근의 기능도 유지되기 때문에 고관절에서 다리뼈가 빠져나가는 탈구를 막을 수 있다. 또 봉합한 힘줄은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면 다시 끊어질 가능성이 있어 재활 운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힘줄을 살려놓으면 이처럼 부작용 걱정 없이 재활을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이는 환자의 빠른 회복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웰튼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는 재활에 ‘와트바이크’라고 하는 자전거를 이용한다. 사이클이 취미인 송 원장이 사이클 아카데미에서 만난 국가대표 출신 육지영 대표로부터 소개받은 건데, 실제 사이클보다 훈련하기가 편하고 초당 1000회가 넘는 측정으로 정확한 재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웰튼병원에서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이틀째부터 한 달 동안 물리치료사의 맞춤 코칭을 받으며 와트바이크를 이용한 관절재활운동을 진행하게 된다.

송 원장은 “고관절 환자들은 아픈 쪽 다리가 짧아져서 다리를 절게 되고, 아프니까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주변 근육들이 약해져 다리를 더 절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사이클은 상체의 무게를 안장이 받쳐줘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해 준다. 자전거 전용 신발은 페달에 딱 끼기 때문에 다리를 눌러서만 바퀴를 굴리는 게 아니라 다리를 뒤로 당기는 움직임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리 앞뒤 근육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릎 접히는 각도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송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한 팁도 알려줬다. 첫째, 무릎의 경우 접히는 각도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좌식 문화가 있어서 잘 구부려지는 것이 수술 잘 된 걸로 생각을 하는데 인공관절을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영국·미국에서는 구부리는 운동을 잘 안 시킨다고 한다. 90도에서 100도 정도만 돼도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무릎이나 고관절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것, 계단이나 경사진 곳을 내려가는 것 등이 인공관절에 큰 부담을 줘서 빨리 닳게 만든다.

그렇다면 평소에도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달리기·등산 등 운동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송 원장은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며 “역시 제일 좋은 게 자전거라고 본다. 나도 3년째 자전거를 타면서 체중이 줄고, 힘들던 산행도 거뜬하게 해냈다”고 말했다.

송 원장이 무릎 보호를 위해 권하는 운동이 하나 더 있다. 삼각형 모양 기구를 발 뒤에 놓고 스트레칭을 해 무릎을 쭉쭉 펴지게 하는 자세다. 오(O)다리 모양을 교정해 무릎 안과 밖에 체중이 반반씩 실리게 도와주는 원리다.

송 원장은 “무릎은 워낙 훌륭한 의사들이 많지만 고관절은 숙제가 많다. 환자가 가장 편안하게 수술 받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수술법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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