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기타는 잘못이 없다

이지혜 기자 2024. 4.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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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 정선영] “가끔은 선생님한테 내 기타를 주며 연주해보라고 한다. 그럼 내 기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 손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며칠 전 지인이 보내준 SNS 내용이다. 이걸 보자마자 육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누가 나한테 CCTV 달았어?!”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르긴 하다. 내가 선생님에게 기타를 주며 쳐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내 기타를 달라고 해서 쳐본다. 이렇게 덧붙인다. “음… 좋은 기타예요. 아주 좋은 기타는 아니지만 괜찮은 기타죠.” 좀처럼 제소리를 내지 못하는 내 실력에 대한 선생님의 의심이 기타로까지 번진 걸까.

슬프게도, 또 당연하게도 내 기타는 아무 문제가 없다. 같은 기타를 가지고 음 하나를 튕기는데도 선생님 손이 내는 소리와 내 손이 내는 소리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선생님이 줄을 튕길 때는 맑고 경쾌한 큰 소리가 난다. 반면 내가 줄을 튕길 때는 맥없이 둔탁하고 떨림이 많은 소리가 난다.

손끝에 굳은살이 어느 정도 잡히고도 여전히 부족한 손가락 힘 탓이다. 잼 뚜껑도 시원하게 따는 나인데…. 내가 이 정도로 손가락 힘이 없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것과는 다른 문제인가 보다.

여리고 무딘 피부에 힘 자체도 부족하지만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균등하게 배분하여 쓰지 못한다는 게 그간의 결론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지난 레슨 때는 기타 선생님이 숙제를 내줬다. 왼손 검지로 도를 잡은 채로 중지 약지 소지를 차례로 반음씩 올려 네 손가락 모두를 사용해 누르기. 손가락 하나가 올라갈 때마다 오른손으로 줄을 튕겨 소리가 제대로 나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손가락은 또 어찌나 뻣뻣한지 소지는 손가락을 제 위치에 놓는 것부터 꽤나 뻐근했다.

어찌저찌 손가락을 제 위치에 놓고 검지와 중지, 나아가 검지와 중지, 약지까지 기타줄 하나를 누르고 있을 때는 둔탁하게나마 소리가 난다. 소지까지 네 손가락이 모두 기타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줄을 튕길 때가 문제다. 둥! 이게 내가 내는 기타 소리이다. 퉁도 아니고 둥이라니.

메트로놈을 켜고 매일 10분씩 이렇게 연습하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10분은 무슨. 채 2분을 넘기지 못하고 손아귀가 저리고 손등이 터질 것만 같다. 일각이 여삼추로 느껴지는 내 속도 모르고 메트로놈은 똑딱똑딱 흘러만 간다. 대체 기타리스트들은 몇 시간씩 공연을 어떻게 하는 걸까.

“2~3분도 죽을 거 같은데 이렇게 10분씩 연습하고 나면 다음 날 왼손을 못 쓰게 되는 거 아니냐”는 내 항변에 선생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멀쩡할 거예요” 호언장담했다.

며칠 해보니 정말 그랬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내 손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멀쩡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지도 1년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어느 날은 조금 는 것 같았다가도 어느 날은 직전 주보다 못하는 것 같다. 잘하고 싶은 내 마음을 기타가 몰라준다며 답답하고 속상해할 때가 많다.

그래도 지금 내 노력을 내 근육이, 내 손과 머리가 조금은 알아주면 좋겠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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