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펀치 마동석표 '범죄도시'…한국판 람보·록키시리즈로

2024. 4.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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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전지적 시네마 시점
대체로 근육질의 남자는 울퉁불퉁한 몸집처럼 생각이나 판단력도 울퉁불퉁 다소 우둔하고 미련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완전한 편견이다. 마동석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근육을 관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치밀한 계산을 요구하는 일인가를 보여 준다. 마동석은 사업 수완과 자기 상품화, 마케팅 능력이 가장 뛰어난 배우로 손꼽힌다. 그의 사업 조직은 두 개인데 하나는 빅 펀치 엔터테인먼트이고 또 하나는 빅 펀치 픽처스이다. 전자는 매니지먼트업체이고 후자는 영화제작사이다. 마동석은 빅 펀치 픽처스의 대표이사이다.

‘범죄도시’ 시리즈 인기의 시그니처는 마동석이 맡은 마석도 형사의 ‘한 방 펀치’에서 나온다. 마동석 액션 철학은 미니멀리즘이다. 복잡하고 현란한 액션 합이 필요없다. 그 점에서는 국내 스턴트 액션의 일인자인 정두홍이나 브루스 칸과는 차별된다. 정두홍은 화려한 발차기, 브루스 칸은 난이도가 높은 주짓수와 무예타이 기술을 선보이지만 마동석은 한 방이면 된다. 딱 한 방. 그래서 그의 회사 이름들이 다 빅 펀치이다. 아무리 한 방이라도 잘 안 통할 때도 있다. 그러면 업어치기의 유도 기술 한번이면 끝난다. 한 방 펀치와 집어 던지기. 단순하다. 마동석과 ‘범죄도시’ 시리즈의 인기는 단순함에서 나온다.

매니지먼트업체·영화제작사 함께 운영

1, 2, 3, 4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과 빌런들. 주인공 마동석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1편의 윤계상, 2편의 손석구, 3편의 이준혁.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리즈 최신작인 ‘범죄도시4’도 지난 2, 3편 때보다도 한달 더 빠른 4월 24일에 개봉한다. 마동석은 자신의 영화 속 한 방 액션만큼 전국 극장가를 한번에 때려 눕히겠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4월은 극장가로서는 전통적인 비수기이고 제작자라면 대체로 이 시기를 피해 개봉을 하려고 하지만 ‘영리한’ 마동석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극장가 거의 전체를 선점할 수 있고 4월말 이런 흥행세로 치고 올라가 5월, 6월의 성수기 진입기, 7월의 최성수기 시즌까지 한꺼번에 ‘먹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그 배급의 정수는 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전체 프레임을 짜는 것이긴 해도 이 모든 것에 마동석의 입김과 작전 감각이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마동석은 이제 스스로 장르가 됐으며 마동석 표 영화는 브랜드 화가 이루어졌고 그의 시리즈는 프랜차이즈가 됐다.

마동석이 밟고 있는 과정은 과거 실베스타 스탤론이 걸었던 길과 비슷해 보인다. 1977년 1편에 이어 2007년 ‘록키 발보아’ 2019년 ‘크리드2’란 제목의 이어진 연작까지 무려 8편을 만든 ‘록키 시리즈’부터 ‘람보’ 시리즈, ‘익스펜더블’ 시리즈, 심지어 ‘이스케이프 플랜’ 시리즈까지 스탤론은 자신의 작품을 줄곧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만들어 왔다. 기묘하게도 시리즈 대체로 다들 성공을 했거나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됐다. 심지어 아직 마무리중인 작품이 있기도 하다. 요즘의 그는 OTT 쪽으로도 진출해서 ‘털사 킹’ 10부작, ‘스탤론 패밀리’ 시즌1,2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근육질의 형태로 봐서는 마동석을 종종 프로레슬러 출신 드웨이 존슨과 비교하지만 사업수완 면에서 그가 추구하는 롤 모델은 이처럼 실베스타 스탤론인 것으로 보인다. 스탤론은 1980년대 블록버스터 시대의 시작에 맞춰 작은 규모이긴 해도 시리즈 다발로 몸집을 키워 대형 영화에 맞서는 전법을 썼고 그것이 극적으로 통한 케이스의 인물이다. 그의 영화가 성공한 것은 레이건 시대의 부강한 미국, 정통의 보수적 가치를 지닌 미국이라는 정치적 환경에 부응한 결과이기도 했다. ‘록키4’(1987)에서 록키 발보아는 미국 국기가 그려진 복싱 팬티를 입고 싸운다. 상대편은 소련 국기를 휘날리며 등장하는 이반 드라고(돌프 룬드그렌)이다. 1983년작 ‘람보’에서 람보는 무명의 참전 군인들에 대한 책임과 예우를 다하지 않는 데 따른 불만으로 사법기관에 저항한다. 미국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정신을 살려내라고 절규한다.

마동석의 한 방 펀치가 먹히기 시작한 것, 이 시리즈가 앞으로 한동안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라는 예감은 ‘범죄도시2’에서 왔다. 2022년에 개봉했고 코로나19 끝물이긴 했지만 극장가가 전혀 해빙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은 전국에서 1269만3415명을 모았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이 영화 한편으로 극장가는 2022년을 간신히 버티게 하는 동력을 얻었다.

‘범죄도시’ 시리즈 이전까지 영화계는 스크린독과점 법안을 만들어야 하고 수직계열화(투자배급회사가 극장사업을 겸하는 것)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런 목소리는 이제 그리 나오지 않는 편이다. 코로나19에 이어 OTT의 발흥으로 크게 위축된 극장업을 바라 보면서 모두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영화들을 OTT가 싹쓸이 해갈 때 극장은 ‘한 방’의 영화로 관객 동원의 모티프를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리기 시작했다. 극장은 이제 큰 영화 위주, ‘범죄도시’ 시리즈 같은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작전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그 한 가운데에 마동석이 있는 셈이다.

4편엔 코미디 강화, 웃음·힐링 돈 될 듯

새로운 빌런으로 활약할 4편의 김무열.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아이러니한 것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인기가 절정인 것은 꼭 마동석 1인이 슈퍼맨 역할을 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마동석도 마동석이지만 그의 상대역 캐릭터인 빌런(villain), 곧 악당이다. 역설적으로 ‘범죄도시’에서의 악당은 매력이 있다. 마동석은 이 역할의 악마적 매력을 최극단으로 끌어 올림으로써 자신의 캐릭터인 마석도와의 긴장감을 더욱 더 극적으로 몰아 붙이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1:1 대결로 승리를 귀착시키는 식의 서사 구조를 짠다. 1편에서의 장첸(윤계상)과 2편에서의 강해상(손석구)은 정말 나쁜 인간들이지만 마석두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였다. 모두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들을 제압하는 모습의 마동석에게 흠뻑 빠진 표정들이었다. 선과 악은 공존하며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악이 있어야 선이 있다는, 베트맨과 조커의 철학을 관객들로 하여금 느끼며 돌아가게 만든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2008년작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히스 레저)는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에게 “너는 나고 나는 너야”라며 낄낄 댄다. 영웅 서사의 영화에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의 존재는 거의 절대반지 급으로 중요한 것이다. 마동석의 영화는 대체로 무술감독 출신이 연출을 맡고(허명행) 마동석이 기획과 총제작을 하는 방식이다. 종종 시나리오도 직접 쓰거나 각색에 참여한다. 1편인 강윤성 감독의 작품은 논외로 하더라도 2편과 3편의 성공은 거의 마동석의 머리와 육체에서 나왔다. 마동석의 영민함은 3편의 빌런 캐릭터 축조 과정에서 드러난다. 배드 캅이자 악질 경찰인 주성철(이준혁)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느낀 듯 일본 사무라이 킬러 리키(아오키 무네티카)까지 내세워 빌런 2인조로 판을 짠다. 장첸과 강해상 등 앞서의 악당들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들을 이을 1인 빌런 캐릭터를 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도시3’ 역시 2023년에 개봉해 1068만2813명을 모았다. 이제 사람들은 ‘범죄도시’라 하면 천만 관객 영화란 수식어를 당연히 붙일 정도가 됐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7편까지 시놉시스가 나와 있다. 이번 ‘범죄도시4’가 어떤 스토리일지는 솔직히 그다지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빌런 역으로 김무열과 이동휘가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시리즈의 최고 감초인 장이수(박지환)의 역할과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액션의 강도 못지 않게 코미디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마동석이 생각하기에 지금의 세상은 한 방 때려 눕힐 필요가 있긴 하지만 대중들이 조금이라도 웃고 즐기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 방 액션이 돈이 되기 보다는 웃음과 힐링이 돈이 될 것이다. 마동석의 영리한 사업 수완이 다시 한번 발휘될 것인가. 마동석은 한국의 실베스타 스탤론이 될 것인가. 한국의 람보, 한국의 록키 시리즈 같은 오랜 역사의 시리즈를 만들어 낼 것인가.

오동진 영화평론가. 연합뉴스·YTN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이후 영화주간지 ‘FILM2.0’창간, ‘씨네버스’ 편집장을 역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컨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을 지냈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등 평론서와 에세이 『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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