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하이브리드 원조맛집 '프리우스' 연비 20km/ℓ는 '기본'
5세대 PHEV 시승…날렵해진 외관에 기능 중심 내장 탑재
도심 연비 22km/ℓ 기록…다소 좁은 실내 '단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특유의 낮고 날렵한 차체와 준수한 연비로 토요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만 590만대 이상으로 인기몰이를 하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고전해 왔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5세대 프리우스는 더욱 날렵한 인상의 외관과 다양한 운전 편의장치로 국내 소비자 취향에도 맞아떨어지는 요소가 추가됐다. 막히는 도심에서도 연비 20㎞/ℓ를 기본으로 제공함은 물론 파워트레인 성능도 끌어올려 주행에 재미를 더했다.
<더팩트>는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까지 약 35㎞ 도심 구간을 주행하며 5세대 프리우스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 봤다.
외관에 대한 인상은 '날렵하다'였다. 앞 유리 각도를 20도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낮추면서 사실상 '유리가 누워있다'는 느낌을 줬다. 전면에도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을 매우 얇게 디자인하면서 날렵한 느낌을 강조했다. 측면에서 살펴봐도 트렁크가 길게 뒤로 빠지지 않고, 부드럽고 매끈하게 루프 라인이 뚝 떨어져 날렵함을 더했다. 좀 극단적인 비유를 들어 총알처럼 생겼다는 인상이었다.
실내는 매우 스포티하고 실용적인 느낌을 줬다. 전면 계기판은 마치 오토바이 속도계를 보는 듯한 인상으로 핸들 안쪽이 아니라 핸들 너머로 볼 수 있도록 배치됐다. 대화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보는 시야에 걸쳐 보여 오히려 시인성이 좋았다. 공조 조작 버튼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방식이었는데, 손의 각도상 전면으로 누르는 것보다 편했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넓고 시원시원해 보기 편했지만, 아틀란 내비를 사용하면서 그림이 다소 촌스럽다는 인상도 줬다.
내부가 다소 좁게 느껴진 것은 국내 소비자들에겐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동급 아반떼나 K3 등 준중형 세단과 비교해 양 팔이 닿는 면적이 넓었고, 시트도 몸에 꽉 끼었다. 2열 헤드룸은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루프라인대로 그대로 천장이 내려오지 않고, 머리가 들어가는 공간을 직각으로 잡은 공간을 마련했다. 덕분에 키 175㎝ 승객이 탑승해도 무난하게 머리 위 공간이 남았다. 다만 180㎝ 이상의 승객이 탑승할 경우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머리가 천장에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글로브박스도 좁고, 센터콘솔에도 음료 거치대를 제외하면 수납공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트렁크도 사실상 과거 현대차 엑센트와 같은 소형차 수준으로 좁았다. 골프백 1개 넣으면 가득 찰 수준이었다. 내장의 재질도 고급스러움이 살짝 부족해서 아쉬웠다. 가죽 재질을 흉내 낸 플라스틱의 질감이 좋지 않았으며, 시트 가죽도 부드럽지 않고 뻣뻣했다. 소소하게 통풍시트의 바람 세기가 약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주행 성능은 '만점'을 줄만했다. 이전 모델은 1.8리터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반면 5세대 모델은 2.0리터 엔진이 탑재됐다. 출력이 높아진 만큼 가속할 때 엔진의 개입 시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았다. 체감상 시속 50~60㎞까지는 전기모터만으로 구동을, 그 이후 속도를 더 낼 때나 오르막에서는 엔진의 개입이 들어왔다. 도로 사정상 시속 120㎞ 정도밖에 내지 못했지만, 가속력은 준수했다.
하체 세팅은 단단한 편이었다. 핸들링 상황에서 차량이 휘청이지 않고 딱 고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의 무게중심이 낮게 잡혀 있어 안정감을 줬다. 단점 아닌 단점은 소음이었다. 전기모터만 구동될 때 워낙 조용하다보니, 하부 소음 유입이 크다는 인상을 줬다. 엔진음 역시 카랑카랑해 엔진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다소 이질감도 느껴졌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정숙성이 뛰어났다.
차로 유지 기능은 둔감한 편이었다. 현대차나 기아는 차선을 밟기 전부터 알아서 차량이 개입해 최대한 가운데로 맞추려 한다면, 프리우스는 차선을 거의 밟는 수준으로 이탈해야 차가 경로를 수정했다.
반면 차선 변경 경고는 민감했다. 평소 주행 감각대로 후방에 차가 있어도 약간의 거리가 느껴졌을 때 차선 변경을 하면, 어김없이 경고음이 울렸다. 백미러 기준으로 차가 매우 작게 보이는 수준, 대략 30m 이상 떨어져야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스마트 크루즈 기능은 무난하게 잘 작동했다. 속도는 지정한 만큼 냈고, 앞차와의 간격 유지도 잘 됐다.
35㎞ 구간 도심 주행을 마치고 연비는 22㎞/ℓ를 기록했다.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2배 가까운 연비다. 정체 구간이 많아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점을 감안하면 연비만큼은 최고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는 셈이다.
신형 프리우스는 전반적으로 '연비와 주행 성능에 모든 걸 올인한 차'라는 인상을 받았다. 국내 소비자 취향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승한 5세대 프리우스 PHEV 최고급형은 4990만원이며, 프리우스 모델의 최소 가격은 46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같은 값이면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옵션만 타협한다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상, 가격이 비싼데 실내가 좁은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PHEV라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프리우스의 경우 전기 주행만으로 약 60㎞의 주행거리를 확보하는데, 전기 충전만으로 도심 주행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전기 충전기를 활용해 출퇴근을 전기로만 하고, 주말 교외 장거리 운행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에겐 프리우스가 선택지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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