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스크린쿼터, 타다, 의대 증원… 변화의 성장통
택시 반발에 타다 규제하니 소비자들 피해
의대 증원, 미래 성장 위해 고통 감내해야
일반적으로 규제의 이점(특히 진입규제의 경우)은 특정 이익단체로 귀결되고, 그 비용은 대중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규제의 개선이나 관련 제도의 변경은 이익단체의 저항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항의 일례가 스크린쿼터제 축소이다. 2006년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당시 기존 영화계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가 위험에 처하고, 할리우드와의 경쟁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스크린쿼터제 축소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당시 강력한 저항이 지금은 공허해졌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지금의 한국 영화는 질적 향상을 거듭하고 있고, 다양성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영화는 국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며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발전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의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기존 영화계에 변화의 고통이 되었지만, 장기적으론 한국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즉 제작, 배급, 상영 등 전 분야에 걸쳐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루게 했다.
다른 사례로, ‘타다’의 공유 서비스 사업을 꼽을 수 있다. 타다는 한국에서 시작된 차량 호출 서비스로, 기존 택시산업과는 다른 새로운 공유 서비스 사업이다. 그러나 타다의 등장은 기존 택시업계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기존의 교통 서비스 시장을 교란하고, 택시 운전사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타다 서비스의 제한을 요구했다. 택시업계의 이러한 저항은 정부가 타다의 운영에 새로운 규제를 가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타다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의 발전은 제한되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축소되었다. 앞으로 공유 서비스와 같은 신기술 도입은 기술적 영역을 넘어 정치적이고도 법적인 더 큰 장벽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최근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이 보건과 의료 분야에 관련되어 있고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동결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진입규제로 작용한 듯하다. 그리고 증원 동결의 혜택은 의사 관련 단체에 귀속됐다고 볼 수 있다. 의사단체는 의사 증원이 의료 서비스의 품질과 의료 교육의 질을 저하하고, 기존 의사들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의대 증원 반발은 과거에도 있었고 정부는 그때 의대 증원 계획을 늦추거나 수정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필수·지역 의료의 현실은 매우 어둡기만 하다. 얼마 전 KDI 경제정보센터가 발간한 ‘나라경제’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이 3.47명이고 경북이 1.39명으로 지역 간 차이가 크다. 그리고 30분 이내 응급센터에 도달할 수 없는 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응급의료 접근성’은 서울이 0%지만 전남은 36.9%다.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과목의 최근 의사 정원 확보율은 각각 28.1%, 47.9%, 80.4%로 이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사실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정책 결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단기적으로는 교육 비용의 증가, 의료 인프라 확장의 필요성, 그리고 새로운 의료 인력의 통합과 관련된 비용과 고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대 정원 증원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균형적 분포를 불러오고, 국민의 지역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변화와 고통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현대 의료산업의 다양화와 기술 발전에 발맞춰 소프트웨어, 로봇공학, 인공지능, 물리전자기학 등을 의료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의료과학자들을 충분히 양성하는 것도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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